할머니를 만나고 싶은 아이
두 사람의 공간이 교차하며
소통 시도하는 애틋함 그려
구멍 뚫은 입체 컷 그림 눈길
두 사람의 공간이 교차하며
소통 시도하는 애틋함 그려
구멍 뚫은 입체 컷 그림 눈길
비룡소 제공.
팻 지틀로 밀러 글, 이수지 그림·옮김 l 비룡소 l 2만2000원 “지금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할머니의 얼굴이 맺힌 아이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아이 머릿속에는 할머니와 함께 비눗방울 놀이 하던 추억이 가득하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할머니. 아이는 할머니가 보고 싶다. 그것도 지금 바로! 올해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가 신작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을 출간했다. 이 작가는 번역과 그림을 맡고, 글은 미국 그림책 작가 팻 지틀로 밀러가 썼다. 밀러는 국내에서 <어느 멋진 여행> <작은 친절>로 알려진 작가다.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이야기다. 로켓을 타거나 투석기를 써서 날아가고 싶을 만큼 아이는 할머니가 보고 싶지만 당장 갈 수 없다. 그러니 할머니에게 편지, 전화, 화상 통화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이수지 작가는 할머니와 만날 계획을 세우는 아이의 재잘거림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해낸다. 그림을 살아있게 하는 다채로운 배경색과 종이에 구멍을 뚫어 만든 ‘다이컷’을 활용해서다. 구멍은 창문, 침방울, 편지봉투 등 여러 곳에 뚫려있다. 할머니 얼굴이 보이는 창문 페이지를 넘기면 할머니 집 안에 걸려있는 할머니 초상화가 나온다. 작은 재채기 침방울은 다음 페이지에서 밤하늘의 별자리가 되고, 컴퓨터 화면은 키가 훌쩍 큰 아이와 할머니의 새 안경을 번갈아 비춘다. 뚫어진 구멍으로 둘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고, 두 사람이 서로 단단하게 연결된 느낌이 시각적으로 살아난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각기 다른 크기의 구멍, 페이지별로 다른 종이 크기까지 책에 들어간 정성이 느껴진다. 이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보고 싶을 때 서로 볼 수 있고, 안고 싶을 때 서로 안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책의 에필로그엔 두 작가가 어릴 때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울린다. 3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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