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슬람 전문가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서구 중심 탈피해 인류 역사의 핵심 무대 조명
초고대 문명부터 거대 제국들 명멸한 오리엔트
서구 중심 탈피해 인류 역사의 핵심 무대 조명
초고대 문명부터 거대 제국들 명멸한 오리엔트

터키 남동부 도시 마르딘의 모습. 터키인, 아시리아인, 아랍인, 쿠르드인 등이 섞여 사는 도시다. 휴머니스트 제공

오리엔트-중동의 눈으로 본 1만2000년 인류사
이희수 지음 l 휴머니스트 l 3만9000원 세계를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는 버릇은 오래된 만큼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흔히 세계 4대 고대 문명으로 황하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이집트 문명을 꼽는다. 그러나 동서양을 나누고 고대 그리스-로마를 서양의 출발점으로 삼는 오래된 버릇을 따르면, 이 고대 문명들이 가야 할 제자리가 도무지 마땅찮다. 동양으로 분류되는 황하 문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3대 문명은 ‘서양’이 아니라 서양이 되레 ‘오리엔트’(해가 뜨는 동쪽)라 불렀던 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중해 동부 연안부터 지금의 터키에 해당하는 아나톨리아 지역, 동부 아프리카, 지금의 파키스탄에 해당하는 인더스강 유역까지, 서구 중심의 관점에서 철저히 주변화됐던 이 지역이야말로 문명의 시원이자 오늘날까지 단절 없이 이를 이어온 인류 역사의 핵심 무대다. 중동·이슬람 전문가로 꼽히는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한양대 명예교수가 펴낸 <인류본사>는 제목 그대로 “인류문명의 모태에서 출발해서 인류역사의 본류를”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담은 책이다. 공간적으로는 아나톨리아 지역에서부터 중동, 동부 아프리카, 인도, 이베리아반도 등을, 시간적으로는 가장 오래된 문명의 흔적인 괴베클리 테페 유적으로부터 1923년 터키공화국 수립까지 1만2000년을 다룬다. 중동사, 이슬람사 등을 다룬 양서들이 없지 않지만, 국내 학자가 하나의 흐름으로 ‘중양’의 빅히스토리를 써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값진 시도다. 흔히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하류 유역의 바빌로니아, 수메르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가장 오래된 인류 문명으로 꼽지만, 20세기의 고고학적 발견은 상류 고원지대에 그보다 앞서 6000여년 동안 이어져온 초고대 문명이 있었음을 드러내왔다. 괴베클리 테페, 차탈회위크 등에는 이를 증언하는 유적들이 있다. 지은이는 이처럼 기존에 포착하지 못했던 역사들을 특히 힘주어 복원하려 하는데, 기원전 2000년께 등장해 놀랄 만한 철기 문명을 앞세워 아나톨리아에서 통일 왕국을 세웠던 히타이트, 이집트와 전쟁을 벌인 뒤 쇠락한 히타이트를 뒤이어 대국으로 성장한 프리기아의 역사가 대표적이다. 히타이트와 이집트 사이의 전쟁은 “두 문명권이 충돌하는 인류 최초의 세계대전”이었으며, 두 세력이 맺은 평화조약은 “인류 최초의 성문 국제조약”이라 할 만하다.

가장 오래된 인류 문명의 흔적으로 알려진 괴베클리 테페 유적지. 휴머니스트 제공

이슬람 제지기술자가 그려진 19세기 카슈미르의 수채화. 휴머니스트 제공

티무르 제국의 수도 사마르칸트에 건설된 울루그베그 천문대의 모습. 휴머니스트 제공

샤이진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사마르칸트 전경. 휴머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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