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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기본소득? 소득이 아닌 ‘기본’도 있다!

등록 2022-07-08 05:00수정 2022-07-08 10:47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
기본소득을 넘어 국가를 다시 생각해보기
김공회 지음 l 오월의봄 l 1만6000원

진보경제학자 김공회 경상국립대 교수(경제학)가 쓴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은 제목에서 완연히 드러나듯 기본소득론에 대한 정면 비판서다. 지난 3월 대선 전에 출간됐다면 큰 화제를 뿌렸을 법하다. 비판이 풍부하면서도 날카롭다. 그리고 신랄하다.

이 책은 오늘날 기본소득론의 뿌리와 역사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18세기 후반 20살이 된 모든 성인에게 15파운드의 현금을 주자는 주장을 펴 기본소득의 최초 주창자로 평가받는 영국 사상가 로버트 페인에서 시작해 19세기 후반 경제공황, 20세기 초반 대공황 때 등장한 ‘기본을 보장하라’란 요구와 구상, 1980년대에 등장해 지금까지 이어진 현대판 기본소득론을 짚어나가며 “대위기와 산업혁명, 이 과정에서 나타난 대중의 삶의 안정성 교란과 ‘기본’ 요구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하나의 ‘패키지’를 이뤄 진행”된 사실을 끌어낸다.

이런 역사 되짚기를 통해 이 구상이 왜 번번이 실패했는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기본(가령 생존의 최저선)을 보장하는 데는 기본(소득류)의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역사에서는 다른 방식이 채택”되어 왔다고 본다. 위기와 재편의 시기에 삶의 안정성을 회복시켜준 주체는 다름 아닌 복지국가였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적극적 조세·지출 정책을 통해 삶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쪽으로 역할을 확대해 온 게 지난 100년의 역사라는 얘기다.

기본소득론자들이 지급 영역의 무조건성·보편성은 강조하면서도 재원 마련 영역에서의 조건성·누진성에 대해선 입을 닫거나 언급을 꺼리는 이중성도 여과 없이 비판한다. “무조건성과 보편성을 기본소득의 특장점으로 선전”하면서도 지급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지극히 차등적이고 누진적인 세금 징수의 과정”과 “그 과정의 공정성”에는 애써 무심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본소득론자들의 국가관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징발(재원 마련)과 관련해선 전지전능한 국가를 상정하면서도 지급과 관련해선 20세기의 발전상을 무색하게 할 만큼 무기력한 국가를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본소득론은 국가의 역할 내지 역능에 대해 매우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고 쏘아붙인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은 미국과 한국 등 선진국 중 복지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를 중심으로 채택된 정책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외려 필요한 것은 생산(임금)-분배(복지 등)-소비로 이어지는 경제활동에서 개개인이 맞닥뜨리는 위험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복지국가의 강화라며 분배에만 초점을 둔 기본소득론의 또 다른 맹점도 짚어낸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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