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법칙을 찾아 나선 양자물리학자의 지적 탐험 오철우 지음 l 사계절 l 1만7000원 디엔에이(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은 1953년 역사적인 논문을 발표한 뒤 양자물리학의 대가 에르빈 슈뢰딩거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가 1944년 발표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분자생물학의 세계에 뛰어든 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슈뢰딩거는 이 책에서 유전자는 비주기적 결정이며, 이 작은 물질이 방대한 유전 정보를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무수한 조합의 암호를 담을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끌어냈다. 디엔에이를 몰랐던 시절의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 양자이론 등의 지식을 융합해 추론하고 검증하며 정리한 과학적 사유의 결과물이다. 실제로 훗날 디엔에이엔 네 가지 염기가 비주기적으로 나열돼 있으며, 세 가지 염기가 짝을 이뤄 다양한 유전 암호를 만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슈뢰딩거가 밟아간 지난한 지적 탐험의 여정을 편안하게 안내해주는 해설서가 나왔다. 함께 강독을 하듯 원저의 순서를 따라 주요 마디별로 끊어 읽으면서 그 의미와 과학사적 맥락을 설명하고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본 논평을 곁들였다. 저자는 이 책이 고전으로 대접받는 이유는 누구나 궁금해할 근본 물음을 부여잡고 여러 분야를 종횡하며 답을 찾아가는 진지한 지적 탐험의 전범을 보여주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그 탐험의 과정을 슈뢰딩거의 전기와 다른 저작, 다수의 비평, 현대의 과학교과서 등 다양한 자료를 매개로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이 해설서 역시 고전 읽기의 한 모델을 보여준다. 탐험을 이어가게 하는 힘은 끊임없는 질문이다. 과학은 많은 답을 찾아냈다. 그러나 물음은 지금도 계속된다. 21세기의 합성생물학, 인공지능은 생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의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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