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완역본 반세기 만에 나와
500년 전 사람 몽테뉴의 사유 생생
번역과 검수에 무려 15년 걸려
“현대인 위로하는 대중의 철학자”
500년 전 사람 몽테뉴의 사유 생생
번역과 검수에 무려 15년 걸려
“현대인 위로하는 대중의 철학자”

몽테뉴 <에세> 공동 번역가인 최권행(왼쪽)·심민화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둘이서 본문을 나누어 번역했지만 서로 상대방의 번역을 검토하다 보니까 결국 시차를 두고 각각 완역하다시피 한 셈”이라고 번역 과정을 소개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미셸 드 몽테뉴 지음, 심민화·최권행 옮김 l 민음사 l 6만5000원 “몽테뉴의 <에세>는 16세기에 쓰인 책이라 현대 프랑스 사람들도 읽기 어렵습니다. 콜론과 세미콜론처럼 한국어 문장에서 쓰지 않는 부호를 즐겨 쓰고 하나의 문장 안에 다른 문장이 들어가는 식으로 길고 복잡한 문장이 이어지죠. 초역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새로운 완역본이 나오지 않은 데에는 그런 까닭이 있다고 봅니다.” 프랑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교양인이자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1533~1592)의 주저인 <에세>(전3권)가 완역되어 나왔다. 1965년 손우성이 번역한 <수상록> 이후 무려 반세기여 만의 일이다. 그사이 몇몇 번역이 나왔지만 완역이 아닌 발췌본들이었다. 지난달 30일 공역자 최권행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심민화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2006년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시작했는데, 번역하는 데만 10년이 걸리고 검수에 다시 5년이 걸려 이제야 책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에세>는 몽테뉴가 서른여덟살이던 1571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뒤 집안 영지인 몽테뉴 성에 머무르면서 쓴 길고 짧은 에세이 107편을 묶은 책이다. 1580년에 1권이 나왔고 1582년에 1권과 2권을 아우른 2판이 나왔으며 1588년에 3권을 추가한 최종판이 나왔다. 그러나 몽테뉴 자신이 1588년판 <에세>의 여백에 빼곡히 손으로 써넣은 추가 원고가 나중에 확인되고 그것을 반영한 새로운 판본이 20세기에 들어 발간되었다. 새로 나온 한국어판 <에세>는 바로 그 새 판본(‘보르도본’)을 완역한 것이다. 그동안 주로 ‘수상록’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이 책이 프랑스어 제목을 그대로 살린 <에세>로 새 이름을 얻은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에세’(essai)란 ‘시험하다’, ‘처음 해 보다’ 등을 뜻하는 동사 essayer에서 몽테뉴가 새로 만들어 낸 명사로, ‘에세이’(essay)라는 영어 단어로 잘 알려진 장르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다. 심 교수는 “‘수상록’이라는 일본어 번역어에 들어 있는 한자어 ‘따를 수’(隨)가 피동적이라는 점에서 에세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몽테뉴의 <에세>를 최권행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번역한 심민화 덕성여대 명예교수.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몽테뉴의 <에세>를 심민화 덕성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번역한 최권행 서울대 명예교수.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몽테뉴 <에세> 공동 번역가인 심민화(왼쪽)·최권행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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