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말을 들은 남자아이
예쁘다는 건 뭔지 골몰하게 돼
설렘과 슬픔 알며 한뼘 더 성장
팬덤 있는 황인찬 시인 첫 동화
예쁘다는 건 뭔지 골몰하게 돼
설렘과 슬픔 알며 한뼘 더 성장
팬덤 있는 황인찬 시인 첫 동화
봄볕 제공
황인찬 지음, 이명애 그림 l 봄볕 l 1만5000원 단어엔 사전적 정의 외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육하원칙을 보탠 해석을 하기 때문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해 질 녘 하늘, 흩날리는 벚꽃, 쇼윈도에 걸린 내 취향의 옷을 보고 “예쁘다”고 표현하는 건 “귀엽다” “좋다” “아름답다” “갖고 싶다”의 의미가 들어간다. 누군가 나에게 “예쁘다”고 했다면? 그 말을 해준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이 “예쁘다”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혹시나 나를 좋아하나?’ ‘내가 좀 잘 꾸몄나?’처럼 말이다. <구관조 씻기> <희지의 세계> 등을 펴낸 황인찬 시인의 첫 동화인 <내가 예쁘다고?>도 “예쁘다”는 말을 듣게 된 남자아이가 예쁘다는 게 뭔지 그 뜻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다. 옆자리 경희가 남자아이를 향해 말한다. “되게 예쁘다.” 아이는 그 말에 깜짝 놀란다. “내가 예쁘다고?” 그때부터 “예쁘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급식을 먹을 때도, 축구를 할 때도, 정글짐에서 친구들과 놀 때도 남자아이는 그 말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 경희가 무슨 뜻으로 그 말을 했을까? 하긴 할머니가 “잘생긴 내 새끼”라고 했다. 거울을 보니 자신이 좀 잘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예쁘다고 했다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경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온종일 고민한 결과 한 가지는 알았다. 예쁘다는 말이 ‘좋은 말’이라는 거다. 마음이 간질간질하면서 노을도 예뻐 보이고, 밥맛도 좋다. “예쁘다”는 한마디에 경희에 대한 마음도 달라졌는데, 남자아이는 그만 진실을 알게 된다. 예쁨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었다. 얼굴이 빨개지고 슬퍼졌다. 그래도 예쁘다는 게 뭘지 골몰하면서 아이는 한뼘 더 성장했다. <내가 예쁘다고?>는 말의 의미를 곡해하는 세상에 사는 어른이 보기엔 무척 사랑스럽고 ‘예쁜’ 책이다. ‘예쁘다’는 말의 순수함을 그대로 담아내서다. 우리는 이 예쁜 말을 왜 곧이곧대로 쓰고 받아들이지 못하게 됐을까. 가끔은 해석이 버겁다. 전 연령.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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