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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공장도시 흥남에 식민주의 원천 있다

등록 2022-07-15 05:00수정 2022-07-15 12:20

1937년께 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 흥남공장 전경. 푸른역사 제공
1937년께 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 흥남공장 전경. 푸른역사 제공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 흥남
차승기 지음 l 푸른역사 l 2만원

1920년대 말 함흥군 운전면 복흥리·호남리 일대에 일본질소비료주식회사(일질)가 지은 비료 공장이 들어섰다. 애초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던 200여호의 군락이 있었으나, 일질은 “갈등이 수반되는 기성의 개발지보다는 미개의 처녀지, 흥남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지어진 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조질)는 ‘식민지 공업화’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국문학자 차승기(조선대 교수)는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 흥남>에서 “자본의 영토와 국가의 영토가 하나의 신체 위에 고스란히 덧씌워져 있는 장소”, 곧 ‘자본-국가 콤비나트’로서 흥남이란 공간에 주목한다. 이 공간을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라고도 부르는데, 이곳이 자본주의와 식민주의의 ‘본원적’ 축적이 이뤄진 원점이기 때문이다. ‘본원적’이란 말은 기원으로서의 ‘최초’가 아닌, 식민주의가 식민주의적 관계 자체를 재생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것의 ‘원천’을 뜻한다.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조질에서 일했던 노동자 출신 소설가 이북명(1910~?)의 작품 등 문학 텍스트들을 대거 동원한 독특한 분석이 펼쳐진다.

1935년 ‘초진’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에 번역 소개된 이북명의 ‘질소비료공장’. 푸른역사 제공
1935년 ‘초진’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에 번역 소개된 이북명의 ‘질소비료공장’. 푸른역사 제공

지은이는 흥남이라는 그라운드 제로에 세 가지 서로 다른 차원의 전선들, 곧 자연과 인간, 노동과 자본, 식민지와 식민 본국 사이의 전선들이 교차하고 있다고 본다. 한 축을 지탱하는 것은 식민지/제국의 통치성이다. 이들은 자연을, 노동자를, 피식민자를 ‘분리-변형-합성’하여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규율화된 신체’로 만들고자 하며, 이를 위해 ‘언어-법-미디어’ 체제를 동원한다. 흥남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착취, 민족과 계급이 연결되어 고착된 차별과 처벌의 구조 등은 식민주의적 관계 자체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기 위한 체제 작동의 방향이자 그 산물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예컨대 이북명은 소설 속에서 소음과 악취, 사고와 질병이 만연한 공장을 묘사했는데, 이는 흥남이 미나마타보다 뒤늦게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나마타병’의 원천임을 드러낸다.
1938년께 조선질소 본궁 공장의 조선인·일본인 노동자들의 모습. 푸른역사 제공
1938년께 조선질소 본궁 공장의 조선인·일본인 노동자들의 모습. 푸른역사 제공

전선의 반대편에서 지은이가 발견하는 것은 ‘통치 불가능한 신체’다. 식민지/제국이 아무리 언어-법-미디어 체제를 동원해 자연·노동자·피식민자를 규율하려 해도, 그들의 존재는 항상 통치성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 “식민주의적 통치가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통치의 가능성의 조건이 되는 식민지의 생태계를 스스로에게서 분리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제로로부터 축적이 시작되지만, 여기엔 그 반대편인 ‘언더그라운드’로 향하는 움직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라운드 제로는 우리가 그 축적을 “취소 또는 말소하기 위해 돌아갈 수 있는 지점”이 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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