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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새벽 3시23분, 누군가는 잠들 수 없었던 시간

등록 2022-07-15 05:01수정 2022-07-15 12:08

김용균, 김용균들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기획, 권미정·림보·희음 지음 l 오월의봄 l 1만7000원

이미 안다고 여기지만, 미처 알지 못한 일이 있다. 스물네살 김용균의 죽음도 그럴지 모른다.

1994년생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고작 5일간 교육을 받고 태안화력발전소 석탄 운반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에 투입됐다. 입사 3개월 만인 2018년 12월11일, 컨베이어벨트를 덮은 밀폐함 점검구 안으로 몸을 숙여 작업용 랜턴도 없이 휴대전화 플래시를 조명 삼아 홀로 설비를 점검하다 벨트와 롤러 사이에 끼어 숨졌다. 처참한 상태의 주검을 발견한 새벽 3시23분. 그날 이후, 이인구씨가 도무지 편히 잠들 수 없게 된 시간이다. 그는 김용균 산업재해 사망사고 최초 목격자이다. 사고 대응은 허술했고 비인간적이었다. 주검 수습도 하기 전에 회사는 사고가 나지 않은 쪽 컨베이어벨트를 돌리라 다그쳤다. 이인구씨에게 나타난 심리적 증상은 일터에서 죽음과 그 죽음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상황을 목격한 끝에 발생한 또 다른 산재다.

비용 절감을 위한 원하청 구조로 더 위험해진 일터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2019년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이 첫 단행본 <김용균, 김용균들>을 펴냈다. 이인구씨를 비롯해 노동운동가가 된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조합 활동가 이태성씨 등이 지난 3년간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담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을 되새길 수밖에 없다. 2021년 한 해 산재로 인한 질병과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2080명, 하루 5.7명꼴이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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