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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사람 사는 세상 늘 그렇듯…평범하고도 신기한 2200년 전 그리스

등록 2022-07-29 05:00수정 2022-07-29 09:29

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소설처럼 읽는 고대 그리스 생활사
필립 마티작 지음, 우진하 옮김 l 타인의사유 l 1만6800원

서양 근대문명에 고대 그리스는 오래전 상실한 ‘영혼의 고향’ 같은 곳이다. 적잖은 학자와 문인들의 머릿속에 그곳은 아득한 동경의 대상이자 타락하고 파편화된 현실의 안티테제로 존재했다. 고대 그리스를 자아와 세계,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를 이룬 ‘완결된 총체성’의 시공간으로 이상화한 지외르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이 대표적이다.(“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 할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하지만 지식인들이 관념 속에 그린 그리스와 역사의 그리스는 달랐다. 신분과 계급으로 위계화된 불평등의 시공간이었고, 식민지 개척과 노예노동에 의해 지탱되는 약탈과 착취의 경제공동체였다. ‘서사시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기원전 10세기 전후의 그리스가 그러했으니,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전쟁 이후 발칸 반도와 소아시아, 에게해 권역을 넘어 지중해와 오리엔트 세계까지 세력권을 넓힌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는 어떠했겠는가.

고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는 영국의 역사 저술가 필립 마티작이 쓴 역사 팩션이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100년 정도가 지난 기원전 248년의 헬레니즘 세계를 배경으로 했다. 등장인물은 제133회 올림피아 제전이란 무대 사건에 얽힌 8명의 그리스인이다. 서사를 이끄는 중심인물이 따로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팩션의 문법을 벗어난다. 등장인물의 배경과 직업은 다양하다. 외교관, 단거리 육상 선수, 학대를 피해 도망친 노예 소녀, 축제 대목을 맞아 한몫 잡으려는 농부, 신전을 짓는 건축가, 방랑하는 악사 등이다. 이들이 그려내는 삶은 평범한 일상과 스펙터클 사이를 왕복하는데, 체육관에 나가 육신을 단련하고, 안주인한테서 받은 은화로 주인 부부와 일꾼들을 먹일 하루치 장을 보고, 해적선단에게 쫓기다 때마침 출동한 순찰선에 안도하고, 건축주가 정해놓은 빠듯한 공사기한을 맞출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식이다.

이들의 서사가 교직하며 빚어낸 헬레니즘의 세계는 지은이의 표현대로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거대하고도 신기한 세상”이자 “세금을 내고 평범한 삶을 꾸려 나가는 건조한 일상성의 세계”다. 등장인물이 연루된 사건들 틈틈이 배경 설명 형식으로 풀어놓는 역사적 사실들은 간결하되 탄탄하다. 신문의 해설박스 형식으로 삽입해놓은 다이제스트 역사 지식 말고도, ‘미드’·‘영드’가 문법화한 시즌제 미니시리즈의 몰입감은 덤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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