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북디자이너가 쓴 책 <날마다, 북디자인>(싱긋)에는 독자들에게 한 줄이라도 더 ‘어필’하고 싶어서 ‘띠지 소설’을 들고 오는 편집자와 디자인을 생각해 내용을 덜어내자는 디자이너가 옥신각신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른바 ‘띠지 논쟁’은 출판계에서 꽤 해묵은 논쟁이죠. 출판사에서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조금이라도 독자들 눈길을 끌 수 있는 방안으로 띠지를 활용하곤 하지만, 일부 독자들은 이를 낭비이고 거추장스럽다며 싫어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논쟁이죠. 굳이 분류하자면 저 역시 ‘띠지 반대론자’에 속하는 듯합니다. 책표지의 온전한 디자인을, 노골적인 홍보문구로 가득한 띠지가 가려버리는 게 싫었거든요.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동아서점에서는 최근 ‘띠지 경연대회’라는 이색적인 전시회를 열어, 13곳 출판사 마케터들이 손수 제작한 한정판 띠지들을 여기에 선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다정한 손글씨와 손그림으로 완성된 띠지부터, 비밀스런 메시지가 숨어 있는 띠지, 평소엔 만나볼 수 없던 생소한 소재들(한지, 노끈 등)로 만들어진 띠지까지”, 색다른 방식으로 독자들로부터 더 사랑을 받고자 하는 출판사들의 정성이 돋보인다 하네요.
폭등한 종이값 때문에 요즘 일부 출판사들은 중쇄를 찍을 때 띠지를 없애는 등 제작비 절감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띠지 반대론자’였던 제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지는 걸 느낍니다. 거추장스러운 띠지가 많아져도 좋으니, 비용의 압박 때문에 띠지를 포기한다는 우울한 소식보다는 독자 눈에 조금이라도 더 들기 위해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밝은 소식이 더 많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동아서점 ‘띠지 경연대회’에 출품된 여러 출판사들의 색다른 수제 띠지들. 동아서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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