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군 도초도에서 피어나고 있는 섬 수국. 신안군청 제공

허태임 지음 l 김영사 l 1만7800원 이 책을 받아들고 퇴근길에 수국 한다발을 샀다. 저자는 책에서 수국에 대해 “자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꽃이 둥글게 핀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수국을 ‘수구’라고 불렀다. 또 내 눈앞에 놓인 수국은 푸른색이지만, 저자는 수국이 흙과 소통하며 스스로 꽃 색깔을 바꾼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푸른 꽃이 피면 산성 토양, 붉은 꽃이 피면 염기성 토양이다. 그렇구나. 내게 온 수국은 어느 산성 토양에서 자라난 둥글고 고운 꽃이다. 책을 넘기다 보면 철쭉의 얘기도 마주한다. 일찍 꽃을 피우는 진달래와 다르게 늦봄 잎을 다 내밀고 옅은 분홍색 꽃을 피우는 것이 철쭉이다. 한자로 ‘머뭇거릴 척’(躑), ‘머뭇거릴 촉’(躅)이 변해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약간의 독성이 있는 철쭉을 뜯어 먹은 양들이 똑바로 걷지 못하고, 비틀대는 모습을 본 중국의 유목민들이 붙인 이름이다. 저자의 할머니처럼 우리 엄마도 어린 시절 내 손을 잡고 산과 들과 강에서 진달래와 철쭉을 알려줬다. 책은 자신을 ‘초록 노동자’로 규정하는 식물분류학자 허태임 박사가 풀과 나무의 생태계를 따라가며 얻은 기록들이다. 식물분류학의 목적은 세상 모든 식물을 명명하고, 그 식물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저자는 식물을 찾아다니며 얻은 지혜를 나누는 한편, “지구라는 별에서 자신의 서식지를 지키는 일에 가장 서툰 생물은 아마도 인간이다”라는 단호한 숲의 경고도 들려준다. 식물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들의 생존을 염원하며, 재회를 빌고 또 비는 것은 분명 사랑이다. 수국을 손에 쥔 나도 서툰 생물의 사랑이라고 책은 말해준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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