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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과연 이 모든 일들은 ‘진짜 노동’일까?

등록 2022-08-12 05:00수정 2022-08-12 11:06

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l 자음과모음 l 1만6800원

2년 넘게 전 세계를 ‘봉쇄’시켰던 코로나19는 기존 익숙했던 통념, 관행 등에 의구심을 갖도록 했다. 그중에서도 노동에 관한 질문은 첫번째 자리에 놓일 만하다. 일반 직장에서도 재택, 원격근무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존 일하던 방식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기 때문이다. 회사로 출근해 꼭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일하는 걸까? 온갖 회의와 미팅 없이도 잘만 돌아가던걸? 새로운 관점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과연 노동이란, 생산성이란 무엇인가? 우리 노동의 가치는 무엇으로 측정되는가?

덴마크의 인류학자이자 컨설턴트, 철학가이자 비평가인 이 책(현지에서는 코로나 이전에 출간됐다) 두 저자는 현대사회의 노동은 상당 부분이 허상이라고 선언한다. 다들 바쁘고 오래 일하지만 알고 보면 무의미한 시간낭비인 ‘가짜 노동’이 많더란 얘기다. 각종 인터뷰와 연구사례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 고전 정치경제학에서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추앙받았던 노동이 이제는 온갖 부조리가 뒤섞인 신기루에 가까운 행위로 지목된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90년쯤 전 현대경제학의 아버지인 케인스와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미래 인간은 주 15시간, 하루 4시간 노동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술 발전으로 기계가 인간 노동 상당 부분을 대체할 테니.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세탁기와 밥솥이 발명됐지만 집안일은 여전히 많고, 자동차와 이메일이 등장했건만 사람들은 이동하고 문자로 타인과 소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번잡해지는 시스템, 쓸데없는 잡무와 회의, 무수한 참조 이메일에 치여 공허한 하루하루를 지낼 뿐이다. 기술발전만이 문제는 아니다. 인간은 인간대로 자리와 조직 을 지키고 과시하기 위해 무의미한 일거리를 만들어냈다. 일이란 개개인의 생존수단인데다, 크리켓 또는 사격이나 즐기며 빈둥거리는 게 상류층의 미덕이던 시대에서 바쁘고 할 일 많은 (것처럼 보이는) 고위직이나 관리직을 우러러보는 시대로 변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노동이 그렇지는 않다. 버스 운전사, 청소부, 교사 등 ‘눈에 보이는 일’을 하는 필수 인력들이 손을 놓으면 사회는 멈춘다. 문제는 20세기 산업화를 거치며 등장한 컨설턴트, 아이티(IT) 전문가, 관리자, 연구자, 홍보팀원, 지원팀원 등등 사무직들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 진부하지만 답은 인간 스스로 변하는 수밖에 없다. 가짜 노동에 시간 낭비 그만하고, 놀이와 여가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 자기 개발을 하고 깊은 사고도, 뭔가에 대한 성찰도 할 수 있을 테니.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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