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원인=프럭토스’ 18년 연구 망라
비만은 계획된 생존반응·진화 결과
원리 이해없어 틀린 상식·대응 많아
비만은 계획된 생존반응·진화 결과
원리 이해없어 틀린 상식·대응 많아
통상 비만이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라고 간주되지만, 비만과 대사질환의 원인이 따로 있다는 게 이 책의 요점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생존 스위치, 비만과 질병에 숨겨진 놀라운 과학
리처드 J. 존슨 지음, 최경은 옮김 l 시프 l 2만5000원 꽤 난해하고 정보도 방대한 의학서적이다. 동시에 알려진 건강 식단들의 임상 실험값을 비교분석하며 나름의 권장 식단까지 제시하는 다이어트 실용서다. 흡사 미국 플로리다대학 미식축구 선수들의 경기 중 탈수·체중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당(글루코스) 등이 함유된 스포츠 음료를 이 대학 의대 교수(로버트 케이드)가 처음 개발하기까지의 접근법 같다. 다이어트. 우리가 섭렵해온 상식부터 추려보자.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 살이 찐다. 물만 마셔도 찐다. 비만의 관건은 칼로리다, 당류는 중요하지 않다. 술이 아니라 안주가 문제다. 허기를 방치하면 더 큰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과연? 저자의 연구 결과와 주장대로라면 모두 오답에 가깝다. 동물사회는 “적자(適者)생존이 아니라 비자(肥者)생존”-살찔 肥, 비만의 비다-이라 할 만큼, 비만은 자연계 생존반응이다. 생물학적으로 비만을 진행시킨 핵심 요인이 음식의 과당(프럭토스)이다.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지방 축적을 미리 해두지 않을 경우, 먹이나 물이 부족한 야생의 위협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프럭토스는 우리가 가령 충분히 먹어도 ‘거짓 공복감’을 지속시킨다. 2004년부터 프럭토스를 연구해온 저자(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교수)는 이 상태를 체내 “생존 스위치”의 작동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거개 동물이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따위 대사증후군을 앓아야 한다. 벌새가 입이 있다면 웃을 거다. 벌새는 사실상의 설탕물인 ‘넥타’광이다. 이 꽃 저 꽃 하루 새 제 무게의 네배를 섭취한다. 저녁쯤 체중의 40%가 지방으로 늘고 간이 진주처럼 허옇게 번들거린다. 사람이라면 병원에 실려갈 수준의 고혈당 상태로 치솟는데 대사증후군 같은 건 없다. 분당 호흡수 250회, 심박 수가 1200회에 이를 만큼 대사활동이 왕성해 밤새 지방과 혈액 속 당을 연소하기 때문이고, 이 정도 지방이 비축되어야 다음 날 먹이 활동을 할 때까지 버틸 수 있다. 수컷 황제펭귄은 영하 40도 이하 환경에서 두 달 동안 무엇도 하지도 먹지도 않은 채 알만 품는다. 앞서 두배로 불려놓은 몸집 덕분이다. 늦가을 간과 체내 지방을 쌓고선 때로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여드레간 쉼 없이 이동하는 큰뒷부리도요도 ‘생존 스위치’를 증명한다.
설탕은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다. 저자는 설탕을 “술기운이 없는” 알코올로 이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흔히 말하는 건강식단들의 이점과 위험요인을 비교 분석했다. 시프 제공
천연과일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저자는 프럭토스 성분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시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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