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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오랑캐가 없었다면 오늘의 중국이 있었을까?

등록 2022-08-26 05:00수정 2022-08-26 09:16

오랑캐의 역사
만리장성 밖에서 보는 중국사
김기협 지음 l 돌베개 l 2만5000원

상당수 한국인은 어릴 적 <삼국지>를 읽으며 중국 역사를 접한다. 온갖 고난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한 왕조에 대한 충성을 버리지 않는 의형제 유비-관우-장비를 응원하고, 음험한 모사꾼으로 교묘하게 한나라 조정을 장악하고 황제를 핍박하는 조조 일당에 분노하게 된다. 온갖 인물 군상과 더불어 교화 또는 동원 대상인 미개한 오랑캐 집단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한족 왕조사 중심 역사관은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다.

공교롭게도 삼국시대 이후 400년가량은 사실상 오랑캐의 시대다. 전국을 통일한 진이 금세 고꾸라지고 이른바 ‘5호16국’ 시대가 열렸다. 다섯 오랑캐가 열여섯 나라를 세워 흥망성쇠를 거듭한 이 시기를 기존 중국 역사에서는 혼란기, 이른바 ‘난세’라고 기록한다. 오랑캐들이 설치던 때라 배울 게 없어서였을까, 문헌 자료도 적고 역사 연구도 가장 덜 이뤄졌단다.

이 책은 그런 한족 중심, 왕조사 중심 역사를 달리 보자고 제안한다. “온갖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이던” 그 시대야말로 향후 중국의 진로와 성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것. 중원과 오랑캐의 구성원과 각종 제도, 문화는 끊임없이 뒤섞이며 조응하고 경쟁하며 발전했음을 각종 기록과 문헌으로 드러내 보인다. 오랑캐가 있었기에 중화가 더욱 넓어지고 풍부해진 셈이다. 칭기즈칸 시대는 어떤가. 전무후무한 스케일의 광대한 제국은 문명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그런 이질적인 것들과의 교류 속에서 내적 역량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게 과거 중국만의 일일까. 공동체 구성에서 핏줄(민족)과 이성애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상당수 현대 한국인들에게 유용한 책일 듯하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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