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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웃들 ‘우리 동네는 책방도 있다’ 자랑할 때 감동했죠”

등록 2022-08-30 18:12수정 2022-09-01 13:54

[짬] 용인 시골책방 임후남 대표

임후남 대표가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강성만 선임기자
임후남 대표가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강성만 선임기자
“지난 5월 첫 축제 때는 여기 용담호수가 아름다우니 우리끼리 모여 놀자는 마음이었어요. 경기와 서울·대전 동네책방 21곳이 함께 했는데 뒷풀이로 우리 책방 뒤뜰에서 막걸리 파티도 했죠. 그게 재밌었던 모양이에요. 용인에서 동네책방을 하는 분들이 한 번 더 동네책방 잔치를 벌이자고 하더군요.”

2018년부터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서 시골책방 ‘생각을 담는 집’을 운영하는 임후남 대표는 설레는 마음으로 9월 17일을 기다리고 있다. 그날 그의 책방 근처 용담호숫가에서 경기와 충청 지역 동네책방 27곳이 모여 동네책방 축제 ‘우리동네 책방에서 놀다’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오후에는 임 대표의 책방에서 클래식 콘서트 <가을을 열다>도 펼친다.

“기관이나 출판단체 주도가 아니라 동네책방 주인들이 직접 꾸리는 축제는 국내에서 처음일 겁니다. 지난 5월엔 벼룩시장 등 여러 지역 문화 행사 중 일부로 동네책방 축제가 들어갔다면 이번은 순수하게 동네책방 만의 잔치이죠.”

지난 26일 생각을 담는 집에서 임 대표를 만났다.

17일 열리는 동네책방 축제 포스터.
17일 열리는 동네책방 축제 포스터.
그는 어떻게 스무 곳이 넘는 동네책방 주인들을 모았을까? “지난 봄엔 제가 ‘책이 팔리지 않으니 많이 가지고 오지 말라. 대신 멀리서 오면 내가 먹여주고 재워줄 테니 같이 놀자’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매출이 괜찮았어요. 이틀 동안 서점당 30~40만원씩은 팔았죠. 작가가 대표인 한 책방은 100만원까지 매출이 올랐죠. 참가자들 모두 흥겨워했어요. 이번에도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우리끼리 놀려고요.”

그는 ‘동네책방 축제’의 특징을 두고 다양성이라고 했다. “색깔이 다른 책방 주인들이 자기 취향에 맞춰 책을 펼쳐 놓거든요. 저는 이번에 제가 쓴 책들과 함께 환경과 정원 주제 책들과 시집을 갖고 가려고요.”

이 축제의 앞날을 궁금해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은 사실 없어요. 그냥 우리 동네에서 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이런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 동네책방과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특히 우리처럼 시골에서 열린다면 도시보다 책을 접할 기회가 적은 사람들에게, 책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신선한 자극제 구실을 하지 않을까요.”

지난 5월 용담호숫가에서 열린 동네책방 축제 모습. 임후남 대표 제공
지난 5월 용담호숫가에서 열린 동네책방 축제 모습. 임후남 대표 제공
4층 건물 중 1층을 책방 겸 카페로 쓰는 ‘생각을 담는 집’은 찻길에서 한참 들어가는 시골 동네에 있다. 4년 전 산과 개울 그리고 호수가 그려내는 멋진 풍경에 반해 방송사에서 퇴직한 남편과 의기투합해 책방을 내자고 덜컥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단다. “책방 인테리어 공사를 한 분이 ‘이런 외진 곳에 누가 오겠냐’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지금도 평일엔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가 많단다. “동네에 오래 사신 분이 가끔 우리 책방을 들여다보고는 걱정을 해요. 장사가 안 되는데 어떻게 사느냐고요.”

하지만 그는 지난 4년 단 하루도 책방 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단다. 그는 지금 책방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 독서모임을 꾸리고 에세이 창작 강의도 한다. 수강생 중엔 세종시에서 일하는 고위 공무원도 있단다. 클래식 연주회도 30회 정도 했고 북콘서트까지 더하면 100회가 넘는단다. 개점 첫 1년은 3~4층에서 북스테이(책 읽으며 숙박)도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중단했다.

4년 전 귀촌 ‘생각을 담는 집’ 차려
북클럽·독서모임·클래식 콘서트
시집·산문집 펴내고 동시집도 예정

9월17일 경기·충청 동네책방 27곳
‘우리동네 책방에서 놀다’ 축제 열어
“동네책방 축제는 다양성의 잔치”

그는 서점을 연 뒤 <시골책방입니다>(2020) 등 산문집 2권과 시집 <전화번호를 세탁소에 맡기다>(2021)와 인터뷰집 <살아갈수록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네요>(2020) 등 책도 4권이나 냈다. 다음달엔 동시집 <엄마보다 저녁이 먼저 온다>도 나온다.

중학 시절부터 시인의 꿈을 키운 그는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나와 2011년 시 전문지 <시현실>을 통해 등단했다. 20년 이상 <중앙일보> 등 신문사가 내는 잡지에 기사를 쓰거나 책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시골에 살고 싶었는데 남편과 둘만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 책방을 열어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책은 구실이었죠. 음악도 좋아해 클래식 음반이나 디브이디를 많이 가지고 있어 같이 듣고 보고 이벤트도 하고 싶었어요.”

그의 책방에는 주인장 취향이 반영된 책들이 주로 놓여 있다. “제가 읽고 너무 좋았던 책들을 여러 권 주문해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책은 매달 10권 정도 읽는 것 같아요. 책이 오면 매대에 올리기 전에 제가 먼저 봐요. 그때가 참 즐거운 시간이죠.”

책방 운영은 어떨까? “제 블로그나 책을 보고 서점을 찾는 분들이 가끔 있어요. 그분들이 어떨 때는 책을 많이 사기도 해요. 제 취향대로 책을 골라 매달 보내주는 북클럽 회원도 20분 정도 있죠. 독서모임 회원들도 책을 사고요.”

임후남 대표.        강성만 선임기자
임후남 대표. 강성만 선임기자
그가 접근이 쉽지 않은 시골책방을 ‘문화의 집’으로 만든 데는 기자 시절 인맥에 더해 블로그와 에스앤에스가 큰 도움이 됐다. 지금껏 시인 정호승과 이병률, 소설가 은희경, 정신건강과 의사 정혜신 작가 등 유명 저자들이 그의 책방에서 북콘서트를 했다. “에스앤에스나 블로그에서 ‘밥해줄게, 재워줄게’ 하면서 사람들을 모아요. 클래식 콘서트는 입장료를 1만원에서 2만5천원까지 받는데 매번 30명 정도는 와서 들어요.”

강좌 수강생이나 콘서트 청중 중 지역 주민 비중은 20% 정도란다. “지역 분들도 대부분 도시에 살다 귀촌한 분들이죠.” 하지만 어떤 동네 주민들에게는 그의 책방이 자부심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로 귀향해 사업하는 분이 ‘우리 동네는 책방도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때 무척 감동적이었죠. 피아노 콘서트에 우리 마을로 시집와 평생 사신 70대 할머니를 초대했는데, 와서 들으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죠.”

지난 4년 어느 순간이 가장 좋았을까? “내 앞에서 누군가 연주하고, 내가 만나고 싶은 작가를 책방에서 직접 만났을 때이죠. 바로 내 앞에서 하는 연주를 들었을 때 몸이 저리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아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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