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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마을 이야기
이종철 지음 l 보리 l 1만8000원 경북 포항 남구 제철동은 1968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세워진 뒤, 포항제철 인근 행정동에 붙여진 이름이다. 은어잡이로 유명했던 농촌 마을은 포항제철 정직원들을 위한 주택단지, 상가, 달동네, 농촌이 어우러진 공단 마을이 되었다. 1990~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제철동 사람들>은 포항 제철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성장 만화다. 큰 줄기는 일곱살 강이가 청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지만, 단순한 성장기를 넘어 그가 관계 맺고 관찰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잔잔히 펼쳐진다. 부모님 식당의 손님으로 만나 기꺼이 ‘삼촌’이 되어준 제철소 노동자들, 진짜 이모처럼 품어준 식당 ‘이모’들, 친누이 같은 다방 누나 등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담겼다. 딱히 잘난 것 없는 ‘그저 그런 아이’ 강이와 함께 자란 친구들은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고 때로는 일탈도 함께 감행하지만,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응원하는 존재들이다. 제철동은 쇳가루 냄새가 가실 날 없어도, 강이에겐 사람 냄새 역시 물씬 풍기는 정겨운 곳이다. 동시에 제철소에서 사고를 당하는 일용직 또는 하청 노동자들, 일하느라 항상 때가 묻어 있는 마을 어른들의 손과 발, 주민 반대에도 마을 산에 지어지는 쓰레기 매립장 등 ‘제철보국’의 그늘이 책 곳곳에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는 어릴 적 만화가가 되겠다고 다짐했을 때부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말투, 섬세한 펜선으로 그려진 풍경은 읽고 보는 재미를 더한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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