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와 공동성의 세계 디자인하기
아르투로 에스코바르 지음, 박정원·엄경용 옮김 l 알렙 l 2만4000원 “근대성은 식민성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는 인식은, 이른바 ‘북반구’가 강요하는 ‘하나뿐인 세계’에 맞서 ‘다양한 세계’(플루리버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려 투쟁해온 ‘남반구’가 얻어낸 것이다. 개인이 선행한 뒤 세계를 파악하고 구성하는 행위가 뒤따른다고 본 서구 합리주의 전통은 ‘하나뿐인 세계’를 전지구에 퍼뜨렸고, 선주민 시대의 다양한 세계들은 이에 “존재론적으로 점령”당했다. 인류학·정치학을 연구하며 사회운동에도 매진해온 콜롬비아 출신 인류학자 아르투로 에스코바르(70)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 석좌교수는 이 둘 사이의 “궁극적인 차이는 존재론적”이라 말한다. 에스코바르의 2016년작 <플루리버스>는 이렇듯 근대성/식민성에 의존해온 시스템이 기후·생태 등 다양한 축으로부터 무너져내리는 위기를 직시하고, 기존과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문화연구, 페미니즘, 철학, 사회운동 등 지은이는 다양한 자원들을 참조하는데, 특히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함께 ‘자기 생산’(autopoiesis) 개념을 확립한 생물학자 프란시스코 바렐라(1964~2001)를 많이 인용한다. 이는 책의 두 가지 열쇳말이 ‘디자인’과 ‘자치’라는 사실과 연결된다.

콜롬비아 출신 인류학자 아르투로 에스코바르. 누리집 갈무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