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미술 에세이집 낸 이유리 작가
이유리 작가가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기울어진 미술관> 표지.
5년째 ‘한겨레’ 연재해온 글 모아 장애인 성소수자 빈민 흑인 동물 등
중세 기독교·백인 남성 시각 ‘투영’
“주류의 시선이 놓친 모습들 발견”
“나도 갑일 수 있다는 생각 했으면” 그는 “그림 공부를 시작하고는 한 화가를 위대하다거나 혹은 쓰레기라는 이분법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미술사에 쓰인 대로 너무 일면적으로 그림을 봤어요. 입체적, 다면적으로 보지 않고요.” 피카소를 예로 들었다. “피카소는 사회적 불평등에 분노한 공산주의자이자 파시즘에 저항한 진보주의자였지만 한 편으로는 ‘그루밍(길들이기) 성폭력’ 가해자이죠. 둘을 함께 봐야죠.” 그는 대학 역사학과를 나와 잠시 기자 생활도 했다. 어떻게 미술 저술가가 되었을까? “중·고교 다닐 때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역사를 전공하거나 기자가 된 것도 그 때문이죠. 진보적 사회 의식은 대학 때 페미니즘 운동을 하며 갖게 되었죠. 그때부터 막연히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한 그림을 사회적 약자의 시선에서 글로 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기자 시절 만난 남편과 공동 기획한 책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이 운 좋게 출판 지원을 받으면서 작가의 꿈을 이뤘어요.” 그는 첫 책의 성공에 힘입어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남편도 저에게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줬죠. 남편과 저는 서로 글쓰기에 대해 압박하는 상사이자 든든한 동료이죠. 맘에 안 들면 가차 없이 깝니다. 망한 글이라고요. 부부는 경제공동체잖아요. 상대 평가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하하.” 삶과 예술을 일치시켰다는 점에서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를 가장 좋아한다는 저자에게 미술을 좀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수영도 배우려면 먼저 물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미술도 같아요. 어려워하지 말고 먼저 그림을 많이 보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나만의 시선으로 그림을 해석할 수 있죠.” 이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대학생 때 런던에서 어학 연수를 하면서 저만의 그림 보는 근육을 키운 것 같아요. 그때 그림에 대해 교양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런던의 갤러리를 훑고 다녔어요. 만약 미술 지식을 꽉 채우고 그림을 봤다면 그 지식의 한도 안에서만 봤겠죠.” 그는 개인의 그림 향유가 결과적으로 사회의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마음도 밝혔다. “많이 보다보면 어느 순간 불편한 그림을 만날 겁니다. 예컨대 이번 책에 나오는 <푸줏간>(1551) 같은 고기 그림이 그럴지 모르죠. 그 순간 불편하다고 지나치지 말고 왜 그게 불편한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 어떨까요. 동물들 시각에서는 인간이 갑이잖아요. 이 그림을 보면서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내가 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불편한 마음이 내 안의 어떤 것을 건드려 사회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면 좋겠어요. 저도 이번에 동물권 글을 쓰면서 고기를 끊었어요. 페스코(생선은 섭취) 채식주의자가 되었죠.” 계획은? “장기적으로 동양미술과 한국미술을 대중화하는 책을 써보고 싶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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