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네온사인 이명석의 개성 촉구 에세이
이명석 지음 l 궁리 l 1만4800원 제목만 보고 ‘젊은이여, 창의력을 키워라’ 권하는 20대 겨냥 자기계발서인가 했다. 그런데 저자는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독자군에 “배는 부른데 마음이 고픈 결식 어른들”도 끼워주었다. “그렇게 ‘이상’하게 살면 정말 ‘이상’해진다”, “그리로 가면 아무것도 없다. 큰 길로 가.” 저자가 무수히 들었다는 말들, 그 말에 ‘쫄아’ 내내 그렇게 살다가 ‘어른’이 되어버린지라, 이 ‘이상’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아주 높은 행복의 가성비를 누리고 있다”는 건지 들어나보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폈다. 저자는 ‘훈계’하는 걸 질색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개구쟁이 스머프> 속 ‘가가멜’에게서 독거 중년남인 자신을 돌아보며 “구부정한 허리를 펴고, 깨끗한 옷을 입고, 고양이를 아껴주자. 탈모는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자”고 다짐하는 그가 주는 가르침은 결코 적지 않다. 책 속에는 여기저기 밑줄 그어가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 알알이 박혀 있다. ‘막다른 길’도 아닌 ‘믹다른 길’이란 색 바랜 표지판에 이끌려 골목길에 들어서고, 콘크리트 바닥 틈에 핀 낯선 꽃의 이름을 찾아보고 후에도 꽃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저자의 담박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묘하게 ‘봄날의 햇살’ 아래 앉은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대충 안 굶어죽는 게 직업”이라고 저자처럼 단박에 생각을 바꾸긴 쉽지 않겠지만, “(무언가를) 가지지 않거나 하지 않는 걸로 나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질문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어진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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