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체제의 길
백영서 지음 l 나남출판 l 2만2000원 사학자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는 동아시아담론의 정립과 확산에 학문적 역량을 집중해온 학자다. <동아시아담론의 계보와 미래>는 지은이가 30여년간 천착해온 동아시아담론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 미래를 가늠해보는 저작이다. 이 책이 힘주어 서술하는 곳은 제1부 ‘동아시아담론이 걸어온 길’이다. 지은이는 동아시아담론 가운데 특히 ‘동아시아 대안체제론’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다. 동아시아담론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선 뒤의 일이지만,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0세기 초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에 이른다. 이 책은 <동양평화론>에서 시작해 1920년대 일제의 문화통치기에 발행된 잡지 <개벽>, 해방 뒤 냉전기에 나온 대중적 지식인 잡지 <사상계>와 반외세 민족주의 잡지 <청맥>,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계간 <창비>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1909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사살 뒤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동양평화론>은 근대적 동아시아담론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뜻깊은 저작이다. 동시에 이 저술은 ‘정세론’ 곧 동아시아를 둘러싼 정세 분석과 ‘문명론’ 곧 동아시아 대안문명 모색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안중근은 동양(동아시아)의 평화가 조선의 독립과 서로 연동돼 있으며, 동양평화가 세계평화의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인식했다. 특히 지은이는 안중근이 가톨릭 신자로서 중국과 한국 가톨릭 신자들이 공유하던 혼의 이해를 바탕으로 삼아 모든 인류의 존엄과 평등 그리고 보편 평화를 주장한 점에 주목한다.
<동양평화론>을 쓴 안중근.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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