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전문가 김준수 교수
기존 임석진 번역본에 도전장
서양 철학사 가장 난해한 저작
‘원문에 충실한 직역’으로 승부
기존 임석진 번역본에 도전장
서양 철학사 가장 난해한 저작
‘원문에 충실한 직역’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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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지음, 김준수 옮김 | 아카넷 | 2만4000원~2만6000원 <정신현상학>(1807)은 독일 관념철학 거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1770~1831)의 청년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저작이자 헤겔 철학의 첫번째 주저로 꼽히는 책이다. <정신현상학>의 한국어판은 이제까지 헤겔 전문가 임석진(1932~2018)의 번역본(한길사, 2005)이 정본으로 통용돼 왔다. 하지만 이 판본에 대해 헤겔 연구자들 사이에 여러 이의가 제기됐고 새로운 번역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이번에 또 다른 헤겔 전문가 김준수 부산대 철학과 교수가 <정신현상학>의 새로운 번역본으로 임석진 판본에 야심 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원본에 충실하고 학문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완역을 최우선 목표이자 원칙으로 삼은” 번역본이다. 이로써 <정신현상학>의 한국어판은 임석진본과 김준수본이 경합하는 체제로 들어섰다. <정신현상학>은 서양 철학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난해한 저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번역자가 어떤 자세로 이 저작에 다가가느냐, 어떤 방식으로 내용을 이해하느냐에 따라 번역 문장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새 번역본의 옮긴이는 ‘해제’를 통해 자신의 번역 원칙을 밝혀놓았다. 우선 임석진본이 가독성을 앞세워 원문을 과감히 풀어서 옮긴 데 맞서 원문에 충실한 직역을 번역 원칙으로 세웠다고 강조한다. “원문의 구문론적 복잡성과 의미론적 모호성, 심지어 문법적 오류까지도 윤색하기보다는 가급적 번역문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문장을 구성했다.” 또 기존 번역본이 헤겔 사후 1832년에 나온 제2판을 기준으로 삼은 것과 달리, 새 번역본은 1807년 헤겔이 직접 펴낸 초판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헤겔은 초판이 절판된 뒤 1831년 가을 제2판을 준비하면서 수정할 대목을 손으로 써나갔으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수정 작업이 중단되고 말았다. 기존 판본은 이 수정 사항을 본문에 넣었으나, 새 번역본은 헤겔의 수기를 각주로 실었다. <정신현상학>이 난해해진 것은 헤겔 사유 자체의 독특함과 심오함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집필과 출간을 둘러싼 복잡한 사정도 내용이 어려워지는 데 한몫을 했다. 당시 예나 대학 강사였던 헤겔은 정규 교수라는 안정된 자리를 얻고자 했으나, 그러려면 학문적 탁월성을 보여줄 저서를 서둘러 출간할 필요가 있었다. 헤겔은 출판사와 기한을 정해놓고 <정신현상학> 집필에 들어갔지만 마감은 끝없이 늦춰졌다. 더구나 이 책을 집필하던 시기는 나폴레옹이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뒤 프로이센과 전쟁을 치르던 때였다. 헤겔이 머물던 예나가 그 전쟁의 격전장이었다. 시간에 쫓긴 헤겔은 1806년 봄 <정신현상학> 절반에 해당하는 원고를 먼저 출판사에 넘겨 인쇄에 부치고 나머지 절반은 그해 10월에야 출판사에 보냈다. 그러고 난 뒤 ‘서문’을 새로 써 이듬해 1월 인쇄에 넘겼다. 이렇게 원고가 채 완성되지도 않은 채 인쇄에 들어간 탓에 그렇잖아도 난삽한 본문이 더 어지러워졌고, <정신현상학> 이해를 둘러싸고 여러 쟁점이 발생했다.
![독일 관념철학의 거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위키미디어 코먼스 독일 관념철학의 거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위키미디어 코먼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50/600/imgdb/original/2022/0929/20220929504093.jpg)
독일 관념철학의 거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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