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문화연구소와 함께한 70년
이문창 지음 l 이학사 l 3만원 <자유공동체를 향한 대장정>은 해방 정국에 활동한 한국 아나키스트 중 최고령인 이문창(95) 선생이 국민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하여 전개한 20세기 후반 아나키즘 실천운동을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쓴 책이다. 지은이는 2008년 해방 후 10여년간의 한국 아나키스트들의 투쟁과 활동을 그린 <해방 공간의 아나키스트>를 출간한 바 있다. 이번 책은 <해방 공간의 아나키스트>에 이어 그 뒤 50여년 동안 이어진 아나키즘 활동가들의 사회운동을 그렸다. 권력 부정과 자유 탈환을 신조로 삼아 항일 투쟁을 하던 한국 아나키스트들은 해방이 되자 크게 두 그룹, 곧 신사회 건설운동을 중심으로 한 자유사회건설자연맹과 정치운동에 중심을 둔 독립노동당으로 나뉘어 활동했다. 하지만 두 그룹 모두 해방 정국에서 좌절을 겪었고, 이후 아나키즘 운동가들은 주로 교육계로 뛰어들어 대중계몽에 주력했다. 1947년 위당 정인보, 수주 변영로를 포함한 주요 인사 10여명이 모여 교육 계몽 활동을 위해 설립한 것이 국민문화연구소였다. 이때 20살 나이로 참여한 지은이는 국민문화연구소를 거점으로 삼아 농촌 청소년 계몽 운동에서 시작해 농촌자치운동으로 나아갔고, 재일동포 인권투쟁 연대를 비롯해 자유공동체운동을 펼쳤다. 아나키스트로서 지은이는 특히 분단과 대결을 극복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가져오는 데 큰 관심과 노력을 쏟았다. 4·19혁명 직후에는 “자주협동의 태세로 우리 농촌을 구하고 남북통일을 달성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지은이는 한반도 분단 극복이 시급한 과제임을 거듭 강조한다. “지난 세기 후반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승리한 미·소 양강 간에 전후 수습책을 논의하다 냉전으로 세월을 보낸 허망한 반세기였다. 특히 우리 한반도에서는 주변 열강들 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격심하게 뒤엉켜 아직까지도 남북 분단의 대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은이는 21세기 한국 아나키스트의 과제를 “한반도의 완전 자유와 통일, 그리고 ‘상호 부조에 의한 세계 일가 이상의 구현’”으로 제시하면서 아나키즘 운동의 선구자 크로포트킨이 <아나키즘의 도덕적 기초>에서 쓴 구절로 자신의 마음을 대신한다. “만약에 그대가 그대들 중에 청춘다운 힘을 느낀다면, 또 만약 그대들이 살려고 욕구한다면, (…) 즉 생물이 염원할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을 알고 있다고 한다면, 강건하라. 위대하라. 그대가 하는 모든 것에 활력이 있으라. 그대의 주위에 생명의 씨를 뿌리라.”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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