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지음, 강영희 옮김 l 사계절 l 2만2000원 올해 1월7일 결혼식까지 올린 동성 부부인 김용민·소성욱씨가 서울행정법원 앞에 섰다. “저희 둘 중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순간, 남은 한 사람이 ‘남’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 저희의 관계를 인정받는 그 날까지 싸우겠습니다. 사랑은 결국 이깁니다!” 김용민씨는 힘주어 말했다. 소성욱씨는 눈물을 닦았다. 국내에서 동성결혼의 법제화 요구는 높아만 가지만, 정부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 개념에 동성 및 사실혼 부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가, 그 입장을 ‘현행 유지’로 바꿨다. 한국 동성결혼 법제화의 여정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는 유교 문화와 가부장제 틀이 견고하다. 그런데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행보는 달랐다. 동성결혼 법제화가 대표적이다. 대만 입법원(한국의 국회)에서 2019년 5월17일 결혼할 자유에 대한 평등한 보호를 담은 특별법이 통과됐다. 입법원 앞에 모여든 동성결혼 법제화 지지자들은 장대비를 맞으며 소식을 기다렸다. 그리고 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졌다. 비가 그친 하늘에는 무지개가 떴다고 한다. 거짓말처럼 아름다운, 이 기적 같은 이야기는 기적이 아니다. 어디에서 뚝 떨어진 결과가 아닌, 1980년대부터 지속해온 대만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결과다. <비 온 뒤 맑음>에 그 여정이 낱낱이 담겨있다. 운동의 역사뿐 아니라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 결정적인 순간들이 모두 담겼다. 이 이야기를 좇다 보면, 한국에서도 분명 가능하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폭풍 뒤 맑음. 동성결혼 법제화가 되는 날, 사랑이 이기는 날을 그려본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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