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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가슴은 언제나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등록 2006-03-02 20:18수정 2006-03-03 16:06

에로틱한 가슴<br>
한스 페터 뒤르 지음. 박계수 옮김. 2만4000원
에로틱한 가슴
한스 페터 뒤르 지음. 박계수 옮김. 2만4000원
잠깐독서

요즘 한 국회의원이 술자리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 위기에 몰려 있듯, 여자의 가슴을 ‘동의 없이’ 만지거나 쳐다보는 것은 매우 수치스런 행위로 간주된다. 종종 여자의 가슴은 드러내던, 가리던 ‘성적 상상’을 동반하곤 한다.

이 책 역시 제목과 반나신 여인의 표지 그림만 보면, ‘포르노그라피적’ 호기심이 동할만 하다. 하지만 ‘가슴에 대한 문화사적 보고서’란 해설과 704쪽의 방대한 두께, 꼼꼼히 챙긴 그림과 사진 자료 등을 보면, 거기에 300쪽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부록과 치밀한 주(해설)는 새삼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게 한다.

한스 페터 뒤르, 독일의 문화사와 민속 학자인 저자는 1939년 출간돼 인류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을, <문명화 과정의 신화> 연작 시리즈를 통해 정면 반박함으로써 그에 못지 않은 명성을 얻은 논란의 인물이다. 이 책 역시 저자가 브레멘대 교수 시절 15년에 걸쳐 펴낸 5권의 연작 가운데 <나체와 수치>(1988) <은밀한 몸>(1990) <음란과 폭력>(1993)을 잇고 있다. 그의 야심찬 도전은 2002년 <성의 실태>로 완결됐지만, 엘리아스 추앙자들의 공격과 반발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은 부록은 ‘그 사이 제기된 비판에 대한 답변’을 담고 있다.

엘리아스의 ‘문명화 이론’이 중세 이전의 서양문화와 이민적 문화에 대한 무지로, 유럽 만을 ‘문명’으로 믿게 한 ‘신화’에 불과하고, 결과적으로 식민지주의 정당화의 수단이 됐다는 것이 뒤르의 반론이다. 특히 이 책에서 그는 ‘비문명권일수록 가슴의 노출을 에로틱하거나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유럽 우월주의의 전제에 대해, 수많은 예를 통해 ‘노출의 정도와 에로틱·수치침은 아무 관계가 없었다’고 논증한다. 그 예로써, ‘동아시아의 출렁이는 두 개의 젖가슴’이란 장에서 1900년께 앞가슴을 드러낸 채 물동이를 머리에 지고 가는 한국 어머니의 사진이 실려 있기도 하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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