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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늦깎이’ 신인작가의 구석진 삶 응시

등록 2006-03-02 21:15수정 2006-03-03 16:09

김우남 첫 소설집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김우남 첫 소설집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김우남(49)씨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등단한 ‘늦깎이’ 신인이다. 등단 5년 만에 단편 여덟을 묶어 첫 소설집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실천문학사)를 펴냈다. 후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 “가지지 못한 자, 소외된 자들”의 세계를 다각도로 형상화했다.

표제작부터 보자. 주인공은 병원 중환자실의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는 천안댁. 식도 올리기 전에 동거부터 하고 있는 며느리가 출산을 앞두고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되자 아들은 어미에게 수술비를 마련해 달라며 죽는소리를 한다. 천안댁의 취미는 병원의 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것. “비어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면 마치 무료 시식대 위에 놓인 음식을 맛보지 않은 것처럼 꼭 손해 보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특실이 자리잡은 12층 꼭대기는 마술만큼이나 신기한 딴 세상이 펼쳐지는 느낌이어서 더욱 선호한다. 그런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병원 안 도난사고의 범인으로 자신이 지목되고 결국 간병 자리에서도 떨려날 위기에 몰린다. 아들이 요구하는 수술비를 놓치기 싫어 천안댁은 급기야 극단의 처방을 마련하는데….

외가에 빌붙어 사는 여중생 햇님이가 타락한 어른들의 세계에 자기 방식의 타락으로 적응하며 저항하는 모습을 담은 <거짓말>, 정신병원 환자들을 상대로 글쓰기 치료를 하는 이를 관찰자로 내세운 <설해목> 등도 세상의 구석진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삶에 주목한 수작들이다. <비너스의 꽃바구니>와 <분노를 다스리는 법>은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피해자인 여성들의 분노를 부각시킨 작품들로 김우남씨의 개성과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다. 기업과 권력자의 거대한 힘에 맞서 주거지의 환경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싸움이 믿었던 주민 대표의 배신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담은 <문수산 가는 길>, 그리고 유력 정치인의 악마 같은 이면을 파헤치려는 잡지 기자의 노력이 벽에 부닥치는 과정을 기록한 <파워 게임> 등에서도 작가의 분노와 정의감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다만 작품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너무 생경하게 튀어오름으로써 오히려 둔중한 메시지의 전달을 방해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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