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케이팝에 맞춰 ‘랜덤 플레이 댄스’를 즐기고 있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랜덤 플레이 댄스’를 아시나요? 케이팝(K-Pop) 음악을 무작위로 틀어주면,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커버 댄스’를 추는 걸 말합니다. 기원은 아이돌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보입니다. 아이돌들이 자기 노래에 얼마나 숙달되어 있는지 보여주고, 때로 허둥지둥하게 되면 그런 모습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 코너가 있었거든요. 이게 케이팝 팬들에겐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습니다.
그동안 히트곡들의 안무를 착실하게 ‘커버’해온 팬들이 광장 같은 데 둘러 모여서 음악을 틀어놓고 다 함께 춤추고 노는 거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전세계 곳곳에서 국외 케이팝 팬들이 랜덤 플레이 댄스를 즐기는 모습이 유튜브 등에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케이팝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재밌는 대목은, 10대로 보이는 국외의 친구들이 최근 유행한 곡들뿐 아니라 어제 발매된 곡, 심지어 10여년 전 유행했던 곡까지도 능숙하게 소화해낸다는 사실입니다. 자세한 경위까지 알기 어렵지만, 아마도 케이팝 팬들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계보 같은 것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좇다 보니 결국 ‘어, 이런 노래도 있었네!’ 하며 과거의 노래들에까지 당도한 것이겠죠. 그렇게 만들어진 ‘고전’과 계보는 케이팝 팬들에게 시대를 두루 품을 수 있는 풍요를 선사해줄 것이고요.
책의 세계에는 이미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고전과 계보가 있어, 되레 그것이 멀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책부터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도 다양한 책들을 넘나들며 랜덤 플레이 댄스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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