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
고대 의학에서 정신의학, 뇌과학까지 흐름으로 읽는 의학사
김은중 글·그림 l 반니 l 2만4000원
병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하기 어려운 의학에 대한 맹신 혹은 불신으로 자주 이어진다. 그러나 현직 이비인후과 의사인 저자는 의학이 익숙한 일상이라고 말한다. 남녀가 아이를 낳고,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예방접종을 하고, 질병에 걸리면 약을 먹고, 건강검진을 하고, 지인의 투병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그 모든 경험엔 의학·과학자들의 분투와 시행착오 역사가 켜켜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계사의 주요 변곡점과 맞물린 의학 역사를 쉬운 글과 직접 그린 그림으로 성심성의껏 안내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은 ‘환자를 직접 진찰, 치료하는’ 임상의학을 꽃 피우게 된 결정적 계기다. 혁명 이전, 의사 대부분은 지위 높은 환자 집을 방문해 진료하며 소소하게 의학을 연구했다. 혁명 이후 전쟁을 치르면서 군사 건강관리가 중요해지자, 프랑스 정부 주도로 병원 의학이 발달한다. 빈민이 장례비를 내지 않는 대신 가족의 주검을 연구용으로 병원에 기증하면서, 의사들은 진료 → 사망 → 부검 과정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 대형병원이 탄생하면서 의사 여러 명이 경험을 교환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다시 병원 의학 수준을 높였다. 부유한 사람도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책을 써나가면서 엑스레이·항생제 같은 것을 발견한 의학자들뿐 아니라 이름 모를 수많은 환자가 의학 발전의 한 축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했다. “확실하지 않은 비과학적 진료에 자신의 몸을 기꺼이 맡긴 환자분들이 없었다면 의학은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