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사전을 베낀 국어사전 바로잡기
박일환 지음 l 섬앤섬 l 2만원 ① 일정한 표준을 정하여 거기에 맞는지 여부를 측정하는 검사. ② 통계학적 방법을 사용해 일정한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측정해 광범위한 모집단에 대응하여 개개의 측정값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검사. 지능 검사, 적성 검사, 학력 검사 따위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표준검사’의 뜻풀이다. <일본국어대사전>에 같은 단어를 입력하면 이 풀이와 99%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다. 우리 사전은 지능 검사 등 3가지 예시를 제시했지만, 일본 사전은 지능 검사만을 제시한 게 거의 유일한 차이점이다. <국어사전 독립선언> 저자 박일환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처럼 일본어사전을 베끼다시피 한 뜻풀이가 수없이 발견된다고 지적한다. “사전마다 풀이 내용과 방식이 비슷할 수는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똑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이라는 뜻풀이부터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우리 사전이 일본어사전과 일본 백과사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수준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고 그는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는 거의 쓰지 않는 말인데 일본어사전이나 일본 백과사전에 올라 있는 걸 가져다 국어사전에 실은 경우 △일본과 우리가 같이 쓰는 말이지만 일본어사전 풀이를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경우 △일제 식민지 시기에 잠시 쓰기는 했으나 그 후로는 안 쓰는 말인데 별다른 설명 없이 마치 지금도 사용하는 말인 것처럼 실은 경우를 문화예술·경제노동·정치법률 등 분야별로 소개한다. 예컨대 ‘통상의회’라는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정기적으로 소집되는 국회.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법에 따라 매년 한 번씩 100일간의 회기로 소집된다. =정기국회’라고 풀이되어 있다. 우리는 ‘정기국회’라고 하지 ‘통상의회’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표제어로 등재된 건 일본어사전의 영향 탓이다. 통상의회라는 말은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 이후 만들어진 제국의회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현재도 일본은 ‘통상국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친 국어사전>(2015)·<국어사전 혼내는 책>(2019) 등을 통해 저자는 ‘뺑뺑이’를 돌아도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국어사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일본어사전에 있다고 저자는 본다. “표제어에도 없는 낯선 말이 풀이에 들어간 이유는 그런 낱말 중 상당수가 일본어사전에서 풀이를 그대로 옮겨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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