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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리얼리즘 ‘귀환’을 감행하는 한 비평가의 임무

등록 2022-10-14 05:00수정 2022-10-14 09:54

리얼리티 재장전
문학과 현실이 가리키는 새로운 미래
강경석 지음 l 창비 l 2만4000원

강경석(<창작과비평> 편집위원)의 첫 문학비평집 <리얼리티 재장전>을 읽노라면,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오래 전 몇 개의 글이 기억 속에 어렴풋이 출몰하는 경험을 몇몇은 하게 될 것 같다. 민족문학과 리얼리즘 논쟁을 다룬 윤지관의 <다시 문제는 리얼리즘이다>(1992), 민족문학론을 선도한 최원식의 <생산적 대화를 위하여>(1997), 민중문학 전위를 자처했던 김명인의 <불을 찾아서>(2000)가 그것이다. 계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들을 잇는 혹은 드문드문 떠올리게 하는 2020년대 비평집이다.

“‘민주화 이후의 한국문학’이 도달한 각성의 높이가 어디까지인가”를 묻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계간 창비 등 각종 문예비평지에 수록했던 스물일곱 편의 글을 모았다. 오늘날 우리 삶의 양상과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달라진 세상의 감각이 새롭게 불러내는” ‘문학과 정치’로 묶일 만한 작품들이다. ‘재장전’이 말해주듯 첫 비평집 특유의 과감하고 새로운 의욕으로 충만해 있다. ‘다른 세상을 만드는’ 과업, 말하자면 체제적인 변혁과 극복을 소망하는 비평 글들이다.

‘리얼리티 재장전’의 지은이 강경석 &lt;창작과비평&gt; 편집위원. 강민구, 창비 제공
‘리얼리티 재장전’의 지은이 강경석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강민구, 창비 제공

제1부는 오늘날 새롭게 ‘민중적인 것’을 예민하게 감지해내고 이런 변화의 흐름을 지속적 현재로 생동하도록 이끄는, ‘연대의 감수성’을 가진 현실 지향의 젊은 시·소설이 도처에 뚜렷하다고 여러 작품 비평을 통해 사유한다. 시대전환과 함께 “문학의 자리에서도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자본주의·민주주의·소비주의 등 “문학이 정치적 차원과 범주로 건너오는 계기들”을 예민하게 짚어내는 “오늘로부터 새롭게 생성중”인 문학이 귀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2부·제4부는 은희경·진은영·신경숙·김남주·황석영·김원일·정유정·이설야·백민석에게서 ‘현실로 귀환’하며 자기 갱신하는 한국문학을 재차 포착한다.

제3부는 “문학은 세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형성한다”는 자신의 비평작업 테제 아래, 현실의 막강한 실상과 변모하는 세계를 서정성을 갖춘 리얼리티로 인양하는 “엄연히 있고 또 마땅히 있어야 하는 ‘문학의 정치’를 감행하는” 몇몇 작품의 출현을 독해한다. ‘가능한 현실’을 향해 시대와 호흡하며 “세대와 출신 차이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작품 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실천과 싸움”에 대해 그는 “문제는 당장의 속력이나 규모가 아니라 우리들의 끈기와 자세”라고 한다. 준열한 사회비평과 발랄한 필치가 간혹 곁들여지면서 “문학의 능력과 역할”을 굳게 신뢰하는 한 비평가의 때묻지 않은 임무와 소명을 흥미롭게 만나게 된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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