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의 생태학: 자연과 문화의 이원론을 넘어서는 인류학
필리프 데스콜라 지음, 차은정 옮김 l 포도밭 l 1만 8000원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 16세기 브라질에서 가톨릭과 식인의 만남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지음, 존재론의 자루 옮김 l 포도밭 l 2만 1000원
포도밭출판사(발행인 최진규)가 21세기 인류학의 최전선에 선 저작들을 소개하는 ‘월딩(worlding) 시리즈’를 기획하고, 필리프 데스콜라의 <타자들의 생태학>과 에두아르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의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을 1차분으로 내놓았다. ‘월딩 시리즈’는 서구‧인간 중심의 근대 인류학의 대척점에서 서구와 비서구,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포스트인문학적 이론을 제시하는 인류학 사상을 소개한다.
<타자들의 생태학> 지은이 데스콜라(73)는 히스패닉계 프랑스 인류학자로서 현대 인류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론가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 관계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관계의 생태학’을 주창했다. 2007년에 쓴 <타자들의 생태학>은 데스콜라의 또 다른 기획인 ‘자연의 인류학’을 명료히 설명하는 저작이다. 데스콜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학문적 과제가 자연과 문화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데스콜라는 자연과 문화를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는 이원론적 관점을 비판하고, 20세기 인류학에서 ‘말없이’ 있던 자연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기존 인류학을 넘어선 새로운 인류학을 제시한다.
‘월딩 시리즈’의 두 번째 책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을 쓴 브라질 인류학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71)는 인류학의 ‘존재론적 전회’를 주도함으로써 지식계 전반에서 명성을 높여가는 학자다.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는 아마존 원주민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를 하다가 근대 유럽 형이상학 비판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했는데, 이 책이 바로 이런 변화의 꼭지점 같은 구실을 했다.
<인디오의 변덕스러운 혼>은 16세기 브라질 해안에서 일어난 가톨릭 선교사들과 식인부족 사이의 ‘존재론적 만남’에 대한 탐구다. 당시 유럽 선교사들은 그들이 남긴 문헌에서 반복해서 ‘야만인은 변덕스러운 자’라고 기록했다. 왜 유럽인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변덕스럽다고 했을까? 선교사들은 원주민에게 기독교 신앙을 심어주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는데, 원주민들은 기독교 복음에 귀를 기울이고 선뜻 복음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러고 난 뒤에도 원주민들은 전쟁과 복수, 식인 의례 따위를 포기하지 않았다. 기독교를 믿는 것도 믿지 않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런 원주민이 유럽인의 눈에는 변덕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는 이 책의 제1부에서 원주민에 대한 유럽인의 인식을 서술하고, 제2부에서 원주민의 이른바 ‘변덕스러운 혼’을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존재론과 세계관이 유럽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원주민의 ‘복수’와 ‘식인’은 단순한 악습이 아니라 타자에게 자신을 개방하고 타자와 공존하는 방식, ‘타자에게 열려 있음’의 최고 형식이었음이 이 연구를 통해 드러난다. 유럽인의 닫힌 존재론과는 다른, 열린 존재론의 소유자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이었던 것이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