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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과학적 문자' 그 이상…케이팝은 새로운 ‘우주 아트’ 창조“

등록 2022-10-16 23:24수정 2022-10-19 15:43

‘한글의 탄생’ 개정판 낸 노마 히데키
한국어학자 노마 히데키 전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 교수.
한국어학자 노마 히데키 전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 교수.
‘언어 연구가 필독서’ 11년 만에 보완
“어머니 고향 함경도” 한국계 첫 공개
연내 새 책 ‘케이팝 원론’ 출간 예정
“모든 예술·경제까지 케이팝 질투“

10년 전 한글학회의 ‘주시경학술상’을 받아 화제를 모은 일본 학자가 있었다. 그의 수상 저서인 <한글의 탄생>(돌베개)은 그 사이 국내외 한글 연구자들 사이에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노마 히데키 전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 교수가 한국어판 출간 11년 만에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한마디로 한글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단히 높아졌지요. 무엇보다 지구상의 많은 이들이 한글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지난 9일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노마 전 교수는 개정판을 낸 이유로 지난 10년간 한글의 위상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개정판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니 감회가 깊다”며 “한글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새로 써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개정판에서는 우선 ‘문자라는 기적’이었던 부제가 ‘인간에게 문자란 무엇인가’로 바뀌었다. 언어와 문자를 한글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면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초판은 일본어권에서 아직 한글을 모르는 분이 많았기에 약간 계몽적인 기술이 적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한글에 대한 인지도가 완전히 높아져서 문자의 본질 같은 이야기도 할 수 있었죠.”

그는 “한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문자 그 자체의 논리성, 그리고 문자의 배경에 있는 지적인 세계”라면서 “흔히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거나 1위라고 하지만 그런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글의 지적인 세계를 우리가 새로운 시대에 얼마나 언어화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앞으로는 한글과 한국어가 세계의 문화를 선도해 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글의 탄생’ 2022 개정증보판 표지. 돌베개 제공
‘한글의 탄생’ 2022 개정증보판 표지. 돌베개 제공
개정판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변화는 그 자신을 소개하며 “한국과 일본 양쪽의 피를 이어받았다”라는 한 문장을 추가한 것이다. “해방 이전에 일본으로 건너오신 어머니의 고향이 함경도”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도쿄교육대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현대일본미술전>에서 입상했던 그가 한국어학자까지 된 연유와 유창한 한국어의 비결이 마침내 확인된 셈이다. 지난 2012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그는 “한글의 매력에 빠져 한글학습 테이프를 닳아 없어지도록 듣고 책과 학술논문들까지 뒤지며 독학했다. 하면 할수록 의문이 쌓여 갔는데 참고할 마땅한 자료도 책도 없었고, 그 시절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한국사람도 드물어서 1983년 서른 나이에 도쿄외국어대 조선어학과에 들어갔다”고 얘기했었다.

1996~97년 서울대에서 한국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지낸 그는 <일본어와 한글> 등 여러 한글 관련 저서와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한 공로로 2005년 대한민국문화포장을 받았다. 2007년부터 한·일 한국어 관련 학자 60명이 집필한 4권짜리 한국어교육 총서 <한국어 교육론 강좌>의 편저자이기도 하다. 2010년 일본에서 먼저 낸 <한글의 탄생>으로 마이니치신문사와 아시아조사회에서 주관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도 받았다.

그는 책에서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과 억압에 대해 언어학자로서 단호한 소신도 밝히고 있다.

“한글이라는 문자의 현재는 이처럼 차별과 억압에 항거하는 숭고한 투쟁이 쌓아 올린 것이다. 언어는 그리고 언어 교육은 개인이 가진 고유의 소유물로서 무조건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다. 언어 그리고 언어 교육은 이 점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근간에 관여한다. 한번 상상해 보라. 다른 언어권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아이들 앞에 확성기를 든 어른들이 나타나 ‘스파이의 자식들’이라고 고함치는 모습을, 혹은 일본의 전통 의상인 유카타를 입고 축제에 나들이 나간 소녀들이 옷을 찢기는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1945년 해방 이후 국어강습소에서 출발한 조선학교는 한때 일본 전역에 160곳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60여개로 크게 줄었다. 1994년에는 조선학교 여학생의 교복인 ‘치마저고리’가 훼손되는 사건이 일본 각지에서 일어나기도 했고, ​2009년에는 교토 조선초급학교의 초등학생들 앞에서 민족배외주의를 앞세운 극우 일본인들이 ‘혐오 발언과 정치 선동’을 벌인 사건도 있었다. 2010년대 들어서도 고교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고교는 제외됐고, 일본 사법부조차 이를 정당하다고 두둔했다.

그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런 견해를 밝히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물음에 “역사 안에서 기록돼야 한다”며 담담히 말했다.

노마 전 교수는 오는 11월말 일본에서 내놓을 또다른 책을 소개했다.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케이(K)팝을 언어학과 미학의 시점에서 비추어 본 <케이팝 원론>(K-POP 原論)이다.

그는 케이팝 뮤직비디오와 그 안에 담긴 한국어를 집중분석했다. “그룹 아이브(IVE)의 노래는 한국어 된소리에서 흔히 나타나는 성문 폐쇄를 된소리 발음이 없는 부분에서 멋있게 구사한다. 또, 있지(ITZY)는 일본어에는 없는 높낮이로 일본어 노래를 불러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이 새 책에는 큐아르(QR) 코드 150개를 넣어 독자가 케이팝 음악을 들으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케이팝은 하나의 음악 스타일이나 장르를 넘어 거대한 ‘케이 아트'라는 우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 등 모든 예술은 물론, 경제도 케이팝을 질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책은 새로운 경험이 될 거예요.”

김경애 기자, 연합뉴스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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