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원
김지현 지음 l 사계절(2022)
이제는 ‘설마 여기에도 서점이?’ 하는 곳에서도 영락없이 작은 책방을 만날 수 있다. 우도에는 ‘밤수지맨드라미’라는 최남단 책방이 있고, 고성에는 이름 그대로 ‘북끝서점’이 있다. 동네책방을 한다는 건 서점업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넘어 다른 삶을 선택하는 일에 가깝다. 아마도 비자본주의적인 삶일 테다. <우리의 정원>을 읽은 건 동네책방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청소년소설에서 책방이 어떤 존재로 비추어지나 궁금했다.
십대에게는 집과 학교 그리고 학원이 전부다. 여기에 새로운 무대로 책방이 등장했다. 유은실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에서 비읍이가 헌책방을 운영하는 ‘그러게 언니’에게 위안을 받았듯 주인공 정원이에게 책방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창문 같은 역할을 한다.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멋진 어른이 있구나’ 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책방 주인은 우주인만큼이나 새로운 종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1학년 정원이는 아이돌 ‘에이세븐’을 좋아하는 덕후다. 아무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오로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만난 친구 달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학교라는 현실 세계에도 친구는 있다. 같은 반인 혜수와 급식을 먹고 매점에도 가지만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정원이와 혜수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고 방학 때면 서로 연락도 하지 않는다. 이런 관계도 친구일까. 과연 친하다는 건 뭘까.
알고 보니 혜수 역시 오로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만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혜수도 정원이도 현실에서는 그저 자신인 척할 뿐이고 도리어 가상세계에서 진짜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정원이는 목요독서회에 참여하고 쿠쿠책방을 발견하며 조금씩 세계를 확장한다. 소설의 앞부분에는 ‘덕후’로 살아가는 마음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그때 정원이는 좋아하는 대상이 같아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현실의 친구가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만난 달이에게만 솔직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중반을 넘어가며 정원이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쿠쿠책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택의 기준이 반드시 같을 순 없겠지. 그렇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된 거야.” 책방 언니가 해준 말이다.
관심이나 취미뿐 아니라 가치관이나 살아가는 방식도 정해진 것은 아니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어른이 될지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들로 이뤄진다. 좋은 어른이 되려면 내 안의 좋은 걸 발견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인간은 수많은 사람으로 태어나 한 사람으로 죽는다는 말”이 있다. 오로지 한 사람으로 죽지 않고 내 안에 숨겨진 보물과 능력을 발견하려면 다양한 친구가, 더 많은 책방이 필요하다. 청소년.
한미화/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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