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풍요에 숨겨진 차별과 억압의 역사
마타 러셀 지음, 키스 로즌솔 엮음, 조영학 옮김 l 동아시아 l 1만7000원 “이제 장애인들이 수익성을 위한 전략이 될 것이다. 노동력 확보 경쟁에서도 여러 이점이 있다.” 1990년대 <비즈니스위크>는 다가오는 정보화 시대에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고용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첨단 기술의 발달로 중증장애인의 사무직 근무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자본가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더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나버렸다. “장애인 노동자에게 불변의 상수가 있다면 고용은 마지막, 해고는 제일 먼저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와 장애>는 미국의 작고한 작가이자 활동가 마타 러셀(1951∼2013)의 글 모음이다. 선천적 뇌성마비로 인한 장애 당사자인 그는 철저하게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장애인 억압을 파헤치는 글을 발표해왔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이뤄지는 장애인 억압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필연적, 존재 발생론적, 변증법적으로 서로를 강화해왔다”고 본다. 비록 종교적 미신에 따른 박해는 있었지만, 산업혁명 이전 농업 생산 과정은 장애인 참여를 허용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도래와 더불어 생산이 자동화하면서 “얼마나 기계처럼 일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몸값이 정해졌고, 장애가 ‘부적합’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장애인은 유급노동시장에서 밀려났다. 저자는 장애인이 “자본가의 착취로부터도 배제되는, 무산계급 외에 새로운 계급”이 됐다고 지적한다. 1998년부터 2005년 사이에 쓰였으나 시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통계마저 거의 그대로 뒀는데 “(데이터에) 변화가 거의 없거나 경향성이 그대로 유지되어서”라고 한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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