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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초6 아이들의 이별법 [책&생각]

등록 2022-11-11 05:01수정 2022-11-11 09:32

기억의 조각 모아 완성하는 애도
훌쩍 자란 이들의 삶은 계속된다

기소영의 친구들
정은주 글, 해랑 그림 l 사계절 l 1만2000원

“소영이가 죽었다. 우리 반 부반장 기소영이 죽었다. 교통사고로.”

죽음에 익숙한 사람은 없다.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에 남겨진 사람들은 허둥거린다. 어른들도 그러한데 아이들에게 죽음은 너무나 낯선 경험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도 이럴 땐 소용이 없다.

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기소영의 친구들>은 초등 6학년 가을에 찾아온 친구 소영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어둡거나 무겁지는 않다. 남겨진 이들이 친구의 빈자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이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주인공 채린은 소영의 죽음에 당장 눈물이 나지 않는 자신에게 혼란스럽다. 소영과 친했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빈 책상 위에 놓아둔 국화꽃이 시들 때까지 아이들은 친구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학교가 소영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배려’를 하지만 아이들의 뻥 뚫린 마음은 메워지지 않는다.

사계절 제공
사계절 제공

용기 있는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하려고 ‘분신사바’로 소영이를 불러보기도 하고, 용돈을 모아 봉헌금을 마련해 성당에서 추모 미사도 해본다. 그러나 허전한 가슴은 그대로다. 아이들은 소영과의 기억을 찬찬히 곱씹으며 죽음을 받아들인다. 친구 사이의 비밀을 쉽게 말하지 않던 소영, 소리 없이 방귀를 잘 뀌는 소영, 강아지를 아끼는 소영이…. 기억의 조각들이 모이며 애도의 시간이 완성된다.

이야기는 소영의 친구들이 납골당을 찾아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마무리한다. 물론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의 키는 한뼘 자랐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한국 사회를 할퀴고 간 여러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진정한 애도를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사람 간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소중한 사실을 책장을 덮으며 깨닫게 된다.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이별하는 법을 ‘예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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