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 모아 완성하는 애도
훌쩍 자란 이들의 삶은 계속된다
훌쩍 자란 이들의 삶은 계속된다

정은주 글, 해랑 그림 l 사계절 l 1만2000원 “소영이가 죽었다. 우리 반 부반장 기소영이 죽었다. 교통사고로.” 죽음에 익숙한 사람은 없다.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에 남겨진 사람들은 허둥거린다. 어른들도 그러한데 아이들에게 죽음은 너무나 낯선 경험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도 이럴 땐 소용이 없다. 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기소영의 친구들>은 초등 6학년 가을에 찾아온 친구 소영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어둡거나 무겁지는 않다. 남겨진 이들이 친구의 빈자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이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주인공 채린은 소영의 죽음에 당장 눈물이 나지 않는 자신에게 혼란스럽다. 소영과 친했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빈 책상 위에 놓아둔 국화꽃이 시들 때까지 아이들은 친구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학교가 소영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배려’를 하지만 아이들의 뻥 뚫린 마음은 메워지지 않는다.

사계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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