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의 역작 ‘정석’ 완역
민음사·김희영, 10년 대장정
“나 자신의 번역 용기없다”던
작가, ‘기억’으로 강구하는 희망
프루스트의 역작 ‘정석’ 완역
민음사·김희영, 10년 대장정
“나 자신의 번역 용기없다”던
작가, ‘기억’으로 강구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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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시간 1·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l 민음사 l 1만5000원·1만6000원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국내 더 대중화(?)되는 데 일본영화 <러브레터>도 한몫한다. 잠시만 회상. 영화에서 소년은 책에 ‘러브레터’(도서카드에 그린 소녀의 초상)를 꽂아 마음을 전하는데 여성은 ‘10년’이 지난 뒤에야 ‘우연히’ 사정을 알고 제 소녀적 초상을 보게 되고, 남성은 이미 죽고 없었으나, 그 시절이 사랑임을 그로 전율되어 지금 충만해짐을 느낀다. 그 책이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다만 이 진술은 절반만 맞다. 더 정확히는 연작소설인 <잃어버린…>의 마지막 편인 ‘되찾은 시간’이다. 지난 기억으로부터 현재의 구원이 구해지는 소설의 함의 하나를 교차시키자면, ‘현재’가 ‘과거’에 외쳐댄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뜻의 <러브레터> 명대사)는 기실 과거가 현재에 “오랜 시간”(전체 소설의 첫 단어) 외쳤었던―그러나 들리지는 않던―말이 마침내 되찾은 메아리라 해도 억지스럽지 않다. 민음사가 이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되찾은 시간’ 편을 번역 출간(1·2권으로 구성)하며, 전체 일곱 편에 걸쳐 2399쪽 102만 단어로 짜인 원서와의 지적·미학적 싱크로율을 역대 최대치로 끌어올린 완역 기획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1950년대 판본에 기거한 기존 번역서와 달리, 1987년 치 프랑스 플레이아드 전집을 국내선 처음 저본 삼아 1편 ‘스완네 집 쪽으로’(1·2권)를 펴낸 게 2012년이니, ‘러브레터’가 되찾아지기까지의 시간처럼 꼬박 10년 만의 완간이고, 실제 14년 동안 이 작품에만 헌신했던 프루스트의 사후 100주년과도 마침 만났다. 해당 번역을 완수해낸 이가 국내 대표적 ‘프루스트 전공자’인 김희영 한국외대 명예교수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가지치기와 은유”로 “길고 난해한” 문장을 직역 위주로 스스로를 절제하여 “원문의 떨림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 번역가는, 대신 문학과 예술, 건축, 역사, 종교, 전쟁 및 계급 충돌과 같은 프랑스 유럽의 시대상 등을 지극히 세밀하고 광활히 망라한 원저의 “올바른 수용을 위해” 학자로서 적극 개입(주석과 각 편마다의 해설)하여 독자 본위의 정확성과 가독성을 높이고자 했다(2012년, ‘옮긴이의 말’). ‘스완네 집 쪽으로’(1913)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1919) ‘게르망트 쪽’(1920) ‘소돔과 고모라’(1922) ‘갇힌 여인’(1923) ‘사라진 알베르틴’(1925) ‘되찾은 시간’(1927) 순의 일곱 편은 이로써 모두 13권이 되어 국내 독자와 만난다. 프루스트는 당초 ‘스완네…’ ‘게르망트 쪽’ ‘되찾은 시간’ 셋으로 틀거지를 짰으나, 1차대전을 겪으며 고쳐 늘이고 또 고치다―‘갇힌 여인’을 교정 중이던―1922년 생을 마치며 더는 고칠 수 없어 ‘마감’된 형태가 지금의 7편이다. 사후 출간된 세 편은 미완인 셈이다. 장대히 확장된 소설을 역으로 추리자면, ‘자신의 가치와 진실, 꿈이 붕괴되었으나, 우연히 잊었던 기억과 영혼을 되찾고, 예술로서 망각과 죽음의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소명의 작가가 되는 마르셀’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졸가리는 하나 마나 한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민음사 제공 마르셀 프루스트. 민음사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40/956/imgdb/original/2022/1117/20221117504070.jpg)
마르셀 프루스트. 민음사 제공
![일곱 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민음사가 2012~22년 10년에 걸쳐 완역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i.co.kr 일곱 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민음사가 2012~22년 10년에 걸쳐 완역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705/imgdb/original/2022/1117/20221117504067.jpg)
일곱 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민음사가 2012~22년 10년에 걸쳐 완역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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