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산 주교(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천교구장)와 성직자들이 5일 오전 서울 명동 카톨릭회관 강당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정평위 주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생명권 침해 반대”…정진석 추기경 동참
“범죄는 개인이 저지르지만 그 범죄가 발생하게 된 데에는 사회구성원 전체의 책임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우리의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사형제도의 폐지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5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강당.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가 마련한 사형제도 폐지 촉구 기자회견과 미사에서 최기산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주교·인천교구 교구장)과 김형태 사형폐지소위원회 운영위원장(변호사) 등 300여명의 성직자·신자들은 단호한 목소리로 “설령 그 집행자가 국가라 할지라도,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폭력에 대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사형제 폐지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전국의 가톨릭 성직자와 신자 11만5861명이 서명한 국회 청원서도 공개됐다. 여기에는 특히 최근 추기경에 오른 정진석 대주교 등 현직 주교 22명 전원이 동참했다.
최기산 주교는 “많은 노력으로 국회의원 175명에게서 사형제 폐지 동의서까지 받았지만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실망하고 있다”며 “법무부의 전향적인 검토방침 발표도 나온 만큼, 이번 기회에 사형제를 꼭 폐지하고 우리나라를 인권 선진국으로 올려놓자”고 말했다.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인 사형폐지 운동에 나선 천주교가 종단 차원에서 대규모 청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인태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발의한 사형제 폐지 법안은 현재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제1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최근 법무부와 변호사협회, 형사법학회 등에 사형제도 폐지 관련 의견을 들은 법사위는 공청회 뒤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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