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 이론 세운 사회학의 대가
학자‧언론인 10명과 한 대담 모음
하버마스 주체에 맞서 체계 제시
초인적 업적의 비밀 ‘메모 카드’
학자‧언론인 10명과 한 대담 모음
하버마스 주체에 맞서 체계 제시
초인적 업적의 비밀 ‘메모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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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라스 루만 대담집
니클라스 루만 지음, 김건우 옮김 l 읻다 l 1만8000원 ‘이념 요새’(Ideenfestung).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을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사회학 이론의 영역에서 난공불락의 성채를 구축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별명에 걸맞게 니클라스 루만은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20세기 후반 독일 사회학을 양분했다. 하버마스가 ‘의사소통 이론’으로 사회학의 지평을 넓혔다면, 루만은 ‘사회 체계 이론’으로 또 다른 지평을 열었다. 1987년 출간된 <아르키메데스와 우리>는 그 루만이 학자‧언론인 10명과 나눈 대담을 모은 책이다. 대담 대부분이 루만의 첫 번째 주저인 <사회적 체계들>(1984)이 나온 뒤 진행된 것이어서 루만 이론을 둘러싼 쟁점이 내용의 중심을 이룬다. 또 대담 가운데 일부는 학자 루만이 아닌 인간 루만에게 초점을 맞추는데, 루만의 자기 고백은 사회학 저서 뒤편에 머물러 있던 개인 루만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특히 한국어판은 상세한 역주를 덧붙여서 대담의 배경이 되는 루만 이론과 관련 지식을 동시에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독일 언론인 발터 판 로숨과 한 대담이다. 이 대화에서 로숨은 ‘지식인’ 문제를 꺼내 집요할 정도로 루만의 생각을 캐물어 들어간다. 로숨이 생각하는 지식인은 “자신의 지식을 넘어 가치를 지향하며 이런 가치를 보편화하려는 사람”이다. 앞 시대 사르트르가 보여주었던 지식인, 곧 총체적 세계상을 품고 사회 변혁을 향해 자신을 던지는 지식인에 가까운 사람이 로숨의 지식인이다. 루만은 그런 지식인으로 자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지식인의 정의를 바꾸어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다. “나는 지식인을 서로 다른 것끼리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루만은 이 비교의 대상이 서로 멀수록 그것이 일으키는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루만의 이런 생각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가까이 연결하는 시적 작업’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루만은 사물을 결합함으로써 ‘낯설게 하기 효과’를 일으키는 ‘시적 메타포’를 거론한다. 말하자면 루만은 지식인을 ‘지성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재정의하고 나서 그 지성의 핵심을 시적 상상력에서 찾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루만이 그런 시적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카를 마르크스를 거명한다는 사실이다. 마르크스는 헤겔 변증법의 ‘정신’을 ‘물질’로 바꾼 다음, 그 물질을 정치경제학과 결합해 정치적 변혁의 추구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시적 메타포의 지성’을 보여준 적실한 사례라고 할 만하다. 루만은 이 지식인 개념을 이야기하는 중에 칠레 생물학자 움베르토 마투라나를 거론하기도 한다. 마투라나는 ‘자기생산’(Autopoiesis)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사람이다. 자기생산이란 자기를 스스로 생산하면서 자기를 유지해 나가는 생명체의 특성을 뜻한다. 루만은 마투라나의 개념을 가져와 자신의 ‘체계 이론’을 세우는 데 적용했다. 체계는 생명체처럼 스스로 자기를 생산하고 유지하다가 소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루만이 마투라나를 거론하는 데서 어떤 자부심을 읽어낼 수 있다. 생물학 개념을 사회학 개념으로 전용한 것이야말로 ‘시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 아니겠느냐는 자부심이다.
![사회 체계 이론을 세운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회 체계 이론을 세운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 위키미디어 코먼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00/720/imgdb/original/2022/1201/20221201504054.jpg)
사회 체계 이론을 세운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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