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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노력형 ‘날씨 요정’이 되는 법

등록 2022-12-02 05:00수정 2022-12-02 09:47

날씨의 세계
일기예보는 모르는 내 앞의 날씨를 읽는 법
트리스탄 굴리 지음, 서정아 옮김 l 휴머니스트 l 3만1000원

유난히 날씨 운이 좋은 사람을 가리키는 ‘날씨 요정’이란 말이 있다. 날씨 요정은 나들이를 갈 때마다 맑은 햇볕을 만나고, 장마 기간에도 이들이 외출하는 순간만큼은 비가 멎는다. 즐겁게 떠난 휴가지에서 궂은 날씨로 속상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하다.

타고나지 못했더라도 누구나 ‘노력형’ 날씨 요정이 될 수 있다. 엄청난 과학 지식을 쌓을 필요는 없다.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의 모양과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섬세하게 살피는 것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훈련이 사흘 뒤 서울의 최저 기온을 예측하게 해주진 않겠지만, 내일 새벽 집 앞 공원에 이슬이 맺힐지 서리가 내릴지 정도는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날씨의 세계>가 안내하는 ‘미기후’(Microclimate)의 세계다.

작가이자 5개 대륙을 탐험하고 홀로 대서양을 건너기도 한 탐험가인 저자는 “날씨는 열과 공기와 물로 이루어진 수프”라는 간단한 문장에서 출발해 하늘과 바람을 차례로 짚어 나간다. 오래 전 과학 교과서에서 봤던 것 같은 구름들의 이름이 익숙해질 때쯤엔, “비가 올까요?”라는 평범한 질문에 “쌘구름의 밑면을 유심히 살피는” 일이 답을 내려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훈련을 반복한 사람은 이제 “해변에서 샌드위치를 먹다 모래를 씹게 될 확률”을 줄이는 멋진 휴식 장소를 찾아낼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당연하게도 날씨는 탁 트인 들판이나 산, 바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빌딩이 숲처럼 우거진 도시도 그 나름의 작은 날씨들을 만들어낸다. 바람이 고층 건물을 만나면 무려 열여섯 가지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9년 전 영국에서 기후를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초고층 건물이 빛을 너무 많이 반사하는 바람에 급기야 길거리의 차가 녹아내린 일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수백만 톤의 아스팔트와 단단하고 반듯반듯한 건축물은 자연력과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미기후를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11월28일에 제주도의 최고기온은 27.4℃로 11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로 다음날 밤 서울엔 첫눈이 내렸고, 곧 전국적으로 한파가 찾아왔다. 인간은 이제 대기후를 잘 예측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인간이 바꿔놓은 자연은 그 예측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내가 발 딛은 곳의 미기후를 더 세분화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읽어내는 날씨의 세계가 고도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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