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지음 l 사계절 l 2만원 민주화 이후, 이른바 ‘민주’ 정부가 세 차례나 집권했는데도 사회적 약자의 삶이 여전히 고달픈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사회 노동자 연구’로 학자로서 첫 발을 뗐던 사회학자 김동춘(성공회대 교수)은 새 책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정치>에서 이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며 다시금 노동·교육·사회정책 연구에 본격적으로 매진했다. 경제성장으로 국가는 ‘선진국’ 대열에 끼었는데도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전보다 훨씬 더 핍진해진 사실은 여러 통계로도 확인된다. 특히 지은이는 저출산, 자살, 산업재해 관련 통계들이 한국의 취약한 ‘사회경제’ 시스템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이를 “‘자본 또는 시장의 힘’이 ‘정치가 사회에 개입하는 힘’을 압도한 결과”라고 풀이한다. 한국의 정치 권력은 경제 제일주의·시장주의·능력주의 등의 흐름에 따라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시장력’에 떠맡겼고 이를 제어해야 할 ‘사회력’의 형성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들은 내팽개쳤다는 말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역시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노선은 기존 주류 보수 세력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특히 지은이는 “사회경제 정책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는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실적이 없는 정부”라 콕 집어 비판한다. 그 결과 대다수 사람들이 삶과 재생산을 시장 또는 가족에 기대는 체제가 고착되었고, 국가가 손을 놓으며 노동·주거·교육 등 사회정책은 실종됐다. 지은이는 “정치 변화를 직접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사회의 밀도, 즉 사회력”이라며, 단지 정치 개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노조와 지역 복원, 교육 개혁 등 종합적으로 사회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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