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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유목민, 기후위기 최전선을 유랑하는 생활인 [책&생각]

등록 2022-12-09 05:00수정 2022-12-09 09:59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유목민
자연과 동물에 가장 가까운 존재들

기후위기·차별에 오늘도 생존 위협
우리의 생활방식 이어준 옛 전통
세상 모든 유목민 이야기

킨초이 람 지음, 김미선 옮김 l 책과함께어린이 l 1만8000원

몽골 유목민. 책과함께어린이 제공
몽골 유목민. 책과함께어린이 제공

재앙을 의미하는 몽골어 ‘조드’가 찾아오면 몽골 유목민들에게 진짜 대재앙이 펼쳐진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겨울 한파인 조드에 유목민들의 동반자이자 생명줄인 가축들이 스러진다. 2009~2010년 조드는 몽골 가축 800만 마리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조드는 10년에 한 번씩 발생했지만,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2015∼16년과 2016∼17년 연속으로 찾아오는 등 최근 발생하는 간격이 짧아지는 추세다.

<세상 모든 유목민 이야기>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유랑하는 생활인인 일곱 유목민들의 삶을 그리는 책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며 그곳에 사는 이들을 만난 뒤 책을 쓴 저자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을 가로지르는 유목민들의 역사와 생활방식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특히 유목민들의 ‘의식주’를 파스텔톤 그림으로 꼼꼼히 묘사해 한눈에 그들의 삶을 그려볼 수 있다. 소·말·염소의 젖으로 만든 유제품, 카사바(고구마와 비슷한 열대작물)를 먹고, 가축의 털이나 야자수잎을 집 짓는 데 활용해 더위나 추위를 피하는 모습은 지구 위 자연과 동물에 가장 가까운 이들이 유목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흔히 유목민은 소와 함께 푸른 초원을 거닐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드는 낭만적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러나 저자는 정착민들이 만들어낸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개발, 혐오와 차별에 힘겨워하는 유목민들의 현실을 짚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아프리카 동부의 마사이인은 살던 땅을 개인 농장에 내주고, 기후위기에 나날이 메말라가는 땅에서 생존을 고민한다. 시베리아 외진 곳의 네네츠인은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에 움츠러든다. 흔히 집시로 불리는 롬인들은 혐오와 차별받지 않는 미래를 꿈꾼다.

원래 인류는 오랜 옛날 지구 곳곳을 유랑하던 유목민이었다. “유목민 문화가 사라지면 현재 우리들의 생활방식을 이어주었던 그들의 옛 전통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우려는 기후위기 앞에 놓인 우리 모두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사하라 사막에 사는 투아레그인. 책과함께어린이 제공
사하라 사막에 사는 투아레그인. 책과함께어린이 제공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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