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 명작
노재학 글·사진 l 불광출판사 l 3만원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때때로 산속 사찰의 고즈넉한 마당을 거닐며 휴식을 취한다. 그러나 사찰의 진짜 정수를 알기는 쉽지 않다. 오래된 사찰은 불단·불상부터 단청과 나무까지 불교 정신과 역사가, 인간의 염원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 말이다. <산사 명작>은 전통사찰 곳곳에 숨 쉬고 있는 ‘특별함’을 사진과 글로 드러내는 책이다. 20년 넘게 사찰, 궁궐, 서원 등을 누비며 사진으로 기록해온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의 전통사찰에 고귀한 명작들이 고요하게 빛난다”고 말한다.
저자의 렌즈를 따라가다 보면 법당 안 불상을 품은 ‘닫집’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닫집은 법당 내부 불좌 위에 만들어진 모형집으로 ‘집 속의 집’이다. 사찰에 가본 이들은 한번쯤 봤을 건축물이다. 저자는 부산 범어사 대웅전을 예로 들며 “물질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근원에 이르고, 종교 장엄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정신적인 본성에 이른다”고 닫집의 의미를 설명한다. 닫집은 “궁극의 깨달음, 열반적정(온갖 번뇌가 소멸된 평온한 마음 상태)의 공간”으로 깊이와 본성에 이르는 길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다. 닫집 기둥에 조각된 용이나 연꽃이 물의 기운을 상징하고, 화마를 물리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설명에, 쉽게 지나쳐온 법당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온다.
책장을 덮으면 불화의 등장인물이나 그림 속 인물의 시선에도, 사찰의 풍경을 이루는 은행나무나 매화에도 다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랫동안 한 대상을 보고 또 보면 현상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본질이 홀연히 드러난다”는 작가의 말이 울림을 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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