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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퇴행한 현실, 1991년에 답이 있다 [책&생각]

등록 2022-12-16 05:01수정 2022-12-16 14:00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자유주의적 전환의 실패와 촛불의 오해
백승욱 지음 l 북콤마 l 1만5000원

책이 겨냥한 표적은 주관적 승리사관에 경사된 87 체제론과 민족주의에 포획된 리버럴 정부의 대외정책 담론이다. 글쓴이는 재생산에 대한 카를 마르크스의 통찰과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지구문화론, 미셸 푸코의 자유주의 통치성 분석을 참조해 오늘날 한국의 대내외 통치 질서의 원형으로 그 자신이 지목한 ‘1991년 질서’의 생성과 균열, 위기의 동학을 파고든다.

글쓴이가 볼 때 87 체제론에는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이 담겨 있는데, 식민 통치와 해방을 거쳐 지금에 이르는 100년 안팎의 연대기적 흐름을 ‘정상국가 건설의 좌절’과 ‘민중의 부단한 투쟁이 일궈낸 (아직은 미완인) 승리’의 역사로 서사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관점이 체제 분석과 비판, 극복이란 과제를 특정 세력의 ‘악마화’를 동반한 책임자 색출(적폐 청산) 문제로 대치시킨다는 데 있다.

책이 강조하는 것은 따라서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민중의 최종 승리를 가로막는 적폐와의 대결’이라는 허구적 우적론(友敵論)과 결별하고, 현행 질서의 재생산을 뒷받침하는 ‘통치’의 문제로 논점을 옮겨 자유주의 제도 실행의 안착과 균열, 변환의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때 1991년이란 시간이 중요한 건, 유신과 5공을 거치며 훼손된 (법률적·경제적) ‘자유주의 결합체'가 이 시기에 이르러 자유주의적 시장 관리와 법치의 제도화를 통해 전면적 수선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질서는 모든 상황이 2016년 ‘탄핵 이전'으로 퇴조한 지금, 내치와 외치의 영역 전반에서 다시한번 심각한 동요와 균열을 겪고 있다는 게 글쓴이의 진단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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