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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민주성, 양립할 수 있을까 [책&생각]

등록 2022-12-16 05:01수정 2022-12-16 11:02

바젤탑
국제결제은행의 역사, 금융으로 쌓은 바벨탑

아담 레보어 지음, 임수강 옮김 l 더늠 l 2만6000원

영국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아담 레보어가 2013년에 펴낸 책이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속살을 살핀다. 출간 이후 한국어 번역 출판까지 9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의 이야기는 담지 못했지만 이 은행의 탄생 배경과 기본 철학, 유로 탄생 과정에서의 역할 등을 꼼꼼히 다뤘다. 국제결제은행은 특유의 비밀스러운 분위기 탓에 그 위상에 견줘 일반인에게는 크게 알려진 바 없는 금융기관이다.

국제결제은행은 1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의 배상금 처리를 원활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1930년 출범했다. 당시에는 국제 무역 수준에 견줘 국경 간 금융 거래 시스템은 취약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돈 처리’만이 국제결제은행의 출범 배경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외려 몬터규 노먼(당시 영국은행 총재)이나 얄마르 샤흐트(독일 제국은행 총재) 등 20세기 초반 금융 거물들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는 도구였다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여론에 휘둘리거나 권력자 입맛에 따라 춤을 추는 정부·의회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난 ‘독립적’인 은행 질서 구축이다.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국제결제은행(BIS) 주 건물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국제결제은행(BIS) 주 건물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언론 보도나 회고록 등의 기록과 인터뷰 등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저자는 바로 ‘독립성’에 의문점을 제기한다. 국제결제은행을 통제받지 않은 권력으로 간주하며 중앙은행장 등 금융 권력들의 선민적 태도를 꼬집는다. 성서에 나오는 신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은유하는 ‘바벨탑’을 차용한 제목을 단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을 숭고한 가치 심지어 진보적 가치로 여기는 이들에겐 다소 어리둥절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논변이지만, 중앙은행의 민주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국내외에서 성찰과 숙고가 적은 주제인 것은 분명 사실이다.

이런 주제 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하고는 있으나 저자의 의욕이 넘쳐서인지 너무 많은 에피소드와 인물이 등장하는 터라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또 국제결제은행이 최근 10여년 동안 침묵에 가까운 비밀주의에서 벗어나 금융·경제 정책 담론에 활발하게 뛰어들며 논쟁을 유발해온 점이 담기지 않은 건 출간 시점(2013년)이 너무 이른 탓으로 돌리기엔 아쉬운 대목이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이 2008년 위기 이후 줄기차게 돈 풀기를 강조하는 동안 국제결제은행은 국제기구 중엔 사실상 나 홀로 돈 풀기의 부작용, 즉 부채 확대에 대한 경고를 줄기차게 해왔다. 그리고 그 경고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전 세계가 경험하는 높은 인플레이션 현상에서 보듯 얼추 들어맞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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