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올해에도 ‘올해의 책’을 꼽습니다. 매주 만드는 북섹션이 신간들을 검토하는 회의를 거쳐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그 주의 책’을 꼽는 행위의 결과물이었다면, ‘올해의 책’은 그렇게 소개된 책들 가운데 조금 더 되새김질해야 할 무엇을 찾는 행위의 결과물일 것입니다. 1년치, 그러니까 50주 동안 소개했던 책들의 목록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그 ‘무엇’은 과연 무엇인지, 또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곰곰이 따져봅니다. 한국 사회의 세대담론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책으로부터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의 기폭제가 된 고전까지, <한겨레>가 꼽은 책들을 하나로 꿸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안온함을 깨뜨리는 ‘불편함’을 통해 비로소 마주하게 될 공동체. 최근 들춰보게 된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의 책 <코무니타스>의 영향인 듯합니다. 그는 ‘코무니타스’(communitas)란 “고유의 특성이나 소유물이 아니라 어떤 의무사항이나 빚(‘무누스’·munus)을 공통의 요소로 지녔기 때문에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라 말합니다. 우리는 공동체를 그 구성원들이 특정한 고유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상상하는 데 익숙합니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이후 포퓰리즘 시기부터 민족이나 영토, 세대 등 여러 방식으로 고유성을 찾으려는 욕망들이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고유한 것을 공유하는 공동체에서 ‘나’는 그저 ‘더 큰 나’에 머물 뿐입니다. ‘공통된 것’은 되레 내가 더이상 나일 수 없는 결핍의 상황에서, 그러니까 ‘고유한 것’이 사라지는 곳에서 나타납니다. ‘사물’이라 부르든 ‘타자’라 부르든, 전혀 내가 아닌 것을 마주치고… ‘허무’라 부르든 ‘무위’라 부르든, 같은 점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들과 무언가를 공유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만이 우리를 공동체로 이끕니다. <한겨레>가 꼽은 20권의 책들이, 우리가 안온하게 머물고 있는 고유한 것들을 깨뜨리고 그 너머를 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첼시 코예, 출처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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