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충남 계룡대. ⓒ노순택

노순택 글·사진 l 한밤의빛 l 2만1000원 사진에는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전제된다. 찍는 행위를 하는 ‘나’, 기계적 장치(고급 디에스아르 카메라든 스마트폰이든), 그리고 피사체. 셔터가 눌리는 순간, 이 세 가지는 서로를 옥죄기도, 구애하기도 하면서 ‘관계 맺기’를 한다. 하루에도 수천, 수억장의 사진이 에스엔에스에 오르는 요즘 같은 이미지 전성시대에 굳이 ‘관계 맺기’라는 다소 추상적인 언어를 갖다 붙인 것은 사진가 노순택의 사진론에 담긴 함의가 간단치 않아서다. “스무살 넘어서부터 쉰살이 넘기까지” “길 위의 현장”에서 카메라를 든 노순택은 처음 낸 사진철학서 <말하는 눈>에서 “내게 ‘모습’을 허락한 이들에 대한 책무”, “판단이 배제된 사진은 성립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사진 작업 과정에 개입된 불공정함, 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감추는 “사진의 이중성” 등을 회고하고 사유하고 성찰하면서 고통스러웠던 ‘관계 맺기’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의 고통은 본질적으로 대상(피사체)에 의존적인 사진의 특성에서 촉발된 것인데, 그가 주로 선택한 대상, 피사체는 광주 5·18항쟁 묘역이었고, 세월호 가족들 곁이었으며, 물대포 속 노동자들로 채워진 아스팔트이거나 평택 대추리 농부들의 함성이 터져 나온 논바닥 등이었다. 죽음이 머물렀던 현장들이다. 그가 안산 단원고 아이들의 빈방을 기록하고 돌아온 2014년 겨울 길가에 차를 세우고 운 일과 무관하지 않다.

2006년 경기 평택 대추리. ⓒ노순택

2015년 서울 구로동. ⓒ노순택

2005년 경기 평택 대추리. ⓒ노순택

2008년 경기 고양시 행신동. ⓒ노순택

2006년 광주 망월동 옛 묘역. ⓒ노순택

2012년 강원 철원 승리전망대. 고인이 된 구본준 기자가 피사체다.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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