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은하 M87의 중심에 대한 사건지평선 망원경(EHT) 관측을 통해 블랙홀의 첫 이미지를 얻었다. 이 이미지는 태양보다 65억 배 더 무거운 블랙홀 주변의 강렬한 중력에서 빛이 휘어지면서 형성된 밝은 고리를 보여준다. 사건지평선 망원경 누리집 갈무리
천문학의 역사와 블랙홀 관측 여정
하이노 팔케·외르크 뢰머 지음, 김용기·정경숙 옮김 l 에코리브르 l 2만5000원 “우리는 지옥의 문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4월10일 하이노 팔케 사건지평선(EHT) 협력단 유럽연합 대표는 사상 첫 블랙홀 사진 발표 회견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5500만광년을 날아 지구에 도착한 전파를 관측해 얻은 그 사진을 수백만명이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몇시간 뒤 그 숫자는 수십억명으로 늘어났다. 이 사진은 엄밀히 말하면 블랙홀이 아니라 주변 물질이 빛을 내며 만든 블랙홀의 윤곽이다. 블랙홀은 연료를 소진한 별이 마지막에 중력붕괴하면서 만든 우주의 무덤이다. 어떤 물질도 한 번 빨려들어가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다. 그 경계선이 바로 ‘사건 지평선’이다. 모든 것을 삼키는 ‘지옥의 입구’다.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뒤 설득과 논쟁을 거쳐 결국 전 세계 8개 전파망원경과 13개 기관, 348명의 과학자 협력을 끌어내 블랙홀 사진을 얻고, 엄격한 논문 심사를 통과해 세상에 공표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은 생생한 기록 영화를 보는 듯하다. 블랙홀의 발견은 지평선 너머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로 가져왔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아직 전혀 모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저자는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신이 채워야 할 간극은 더 커지고 근본적이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폴로 키즈’ 출신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처럼 다섯살 때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을 보고 우주의 꿈을 키웠다. 베이조스보다 두살 어린 저자의 심금을 울린 건 아폴로 15호였다. 그때 잉태한 꿈은 베이조스를 우주를 개척하는 사업가로, 저자를 우주의 비밀을 벗기는 물리학자로 키웠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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