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크하르트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영감 준
서적상 베스파시아노와 친구들 이야기
‘책 사냥’과 필사본 제작 과정 생생
서적상 베스파시아노와 친구들 이야기
‘책 사냥’과 필사본 제작 과정 생생
하르트만 셰델의 <뉘른베르크 연대기>(1493)에 실린 피렌체 전망. 단단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안쪽에 약 5만명이 살았다. 책과함께 제공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로스 킹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3만5000원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를 대표하는 이미지라면 아무래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우아한 돔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와 함께 산타 크로체 성당과 베키오 궁전 같은 아름답고 화려한 건축물들, 다비드상과 <비너스의 탄생>을 비롯한 숱한 걸작이 소장된 미술관들이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을 이탈리아 중부의 이 옛 도시로 끌어들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브루넬레스키 같은 천재들이 이곳을 무대로 활동했고, 피렌체의 정치적·경제적 기둥이었던 메디치 가문이 이들을 후원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만으로 피렌체 르네상스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겉으로 드러난 건축물들과 미술 작품들을 밑에서 떠받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인문주의 정신이 그것이다. <피렌체 서점 이야기>는 15세기 피렌체의 서적상 베스파시아노 다비스티치를 중심으로 당대의 학자, 필경사, 책 사냥꾼, 사제 등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지식 혁명의 풍경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 낸다. 지은이 로스 킹은 <브루넬레스키의 돔>을 비롯해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등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피렌체 르네상스 전문 역사 저술가다. 르네상스라는 말이 역사학의 일반 개념으로 쓰이게 된 데에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의 명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1860)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부르크하르트는 미술사 연구를 위해 로마를 찾았다가 바티칸 도서관의 오래된 필사본을 바탕으로 출간한 책 한 권을 접하고 연구 주제를 바꾸게 된다. <103인 명사들의 생애>라는 그 책의 지은이가 바로 베스파시아노였다. 그 책은 “교황, 국왕, 대공, 추기경, 주교부터 (…) 잡다한 학자와 작가들까지 다룬 열전(약전 모음)이었다. 이 명사들의 공통점은 베스파시아노가 그들을 잘 알았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의 가까운 친구이자 오랜 고객이었다.” 부르크하르트는 베스파시아노가 “15세기 피렌체 문화의 첫째가는 권위자”이고, 베스파시아노의 그 책이 자신에게 “대단히 중요”했다고 밝혔다. 고대 저작의 재발견이 어떻게 ‘르네상스’를 탄생시켰는지를 논구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는 베스파시아노에게 크게 빚진 것이었다.
필사본 세밀화가 아타반테 아타반티가 필사본 책 안에 약 10㎠ 크기로 그린 베스파시아노의 초상화. “매부리코, 굵은 주름이 진 이마, 두툼한 입술, 또렷하지 않은 턱선을 지닌 그는 시무룩해 보인다. 눈꺼풀이 크고 처진 눈은 걱정스러운 듯 양피지를 가로질러 구불구불 움직이는 글자 획들을 응시한다.” 책과함께 제공
베스파시아노가 영국인 인문학자 윌리엄 그레이를 위해 제작한 키케로 필사본 가운데 한 권에 있는 채식 대문자 큐(Q). 울트라마린 배경색과 금박을 휘감은 우아한 흰색 포도 덩굴 장식이 보인다. 책과함께 제공
도시국가 우르비노의 통치자였으며 당대 가장 위대한 전사이자 엄청난 책벌레였던 페데리코 다몬테펠트로는 “각자의 취향과 지성을 채워주도록 방대하고도 엄선된” 도서관을 구축하려는 야심 덕분에 베스파시아노에게는 최고의 고객이었다. 책과함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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