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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마음의 황무지’ 개간한 텃밭의 흙내음

등록 2006-03-09 19:30수정 2006-03-10 17:37

텃밭에서 발견한 충만한 삶<br>
알린 번스타인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8900원
텃밭에서 발견한 충만한 삶
알린 번스타인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8900원
잠깐독서

인생은 내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행복한 가정을 꿈꿨던 알린 번스타인의 삶도 그랬다. 첫 아이를 19일만에, 둘째를 1년 반만에 하늘로 떠나보내고 입양한 셋째마저 자폐아 진단을 받아 돌려보낸 뒤 그의 마음속에는 “인생의 싸움에 지고 말았다”는 상실감이 잡초처럼 자라기 시작했다. 마음을 다독이려 그와 남편이 향한 곳은 캘리포니아 시골마을의 포도농장.

그는 텃밭 가꾸기에 몰두했다.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가지를 치고…. 여기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며 정성을 기울일 것, 성장과 변화의 자연스러운 순환 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마음을 열 것, 선입견과 지나친 기대를 떨쳐 버릴 것”.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비슷했다. 진한 흙냄새와 함께 스무해를 보내자, 기적처럼 마음의 변화가 일어났다. 잡초만 무성하던 마음에 봄이 움트고, 심장이 불붙는 여름을 지나, 작은 ‘열매’가 맺힌 것. 번스타인은 살아 있다면 스물 한 살이 됐을 둘째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텃밭에 가면 엄마는 네 영혼을 만나는 기분이야… 잘 가거라, 내 아들.” 그때서야 비로소 그는 마음에서 아이를 떠나보낼 수 있었다. 부드러운 흙이 ‘엄마’처럼 상처를 어루만져준 덕분이었다. 떠난 아이가 그에게 ‘자연을 보는 마음의 눈’을 선물로 남겼던 셈이다.

이 책은 소박한 명상집이다. 텃밭과 흙 속의 작은 생명들은 하나하나 심오한 진리를 깨우쳐주는 ‘영적 스승’이다. 번스타인은 가지치기를 하면서 ‘중심에 뻗어나온 탁 트인 독단적인 가지를 선택할 것, 중용의 묘미를 잊지 말 것’이라는 인생의 가르침을 얻고, 비와 햇볕에 저절로 벌어지는 단단한 호두 껍데기를 보면서 ‘마음의 보호막도 고유한 주기에 따라 다시 열리는 날이 있다는 걸 믿어야 한다’는 위안을 얻는다.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면, 그의 텃밭을 잠시 둘러보기를 권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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