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책속으로
날이 저물었다. 범패도 끝났다. 사람들이 드물어지자, 양생은 윷을 소매 속에 넣고 법당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윷을 소매에서 꺼내어, 불상 앞에 툭 내어놓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 오늘 저와 저포 놀이를 한번 해 보십시다. 만약 제가 지면 법연을 차려서 치성을 드리겠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부처님이 지시면 아름다운 아가씨를 구해 제 소원을 이루어 주셔야 해요.”
기도를 마치고 나서 양생은 윷을 던졌다. 그 결과 양생이 이겼다. 양생은 즉시 부처님 앞에 꿇어앉아서 말하였다.
“자 이미 정해졌습니다. 절 속여서는 안 됩니다.”
양생은 불상을 모셔놓은 자리 아래 숨어서 약속한 아가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만복사저포기’에서 양생이 부처와 윷놀이를 하는 장면. 인간사의 우발성을 당돌한 발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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