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메데진(메데인)은 문학 작품이나 영화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했다. 외곽의 산동네 ‘코무나’ 모습. 콜롬비아 작가 페르난도 바예호의 소설 <청부 살인자의 성모>의 배경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기적의 도시 메데진
마약왕의 수도는 어떻게 전 세계 도시의 롤모델이 되었나?
박용남 지음 l 서해문집 l 1만8500원
지구 반대편 1만4000㎞,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진.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이고, 국제사회에서 굵직한 상 70여개를 휩쓴 ‘셀럽 시티’라는데, 몰랐다, 책을 읽기 전까진. 하루 평균 16명씩 죽어나가고 가난에 찌들어 ‘국가가 포기한 도시’라고까지 불리던 이 도시는 오랫동안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근거지로 더 유명했다. 그런 곳이 전 세계 도시들의 롤모델이 됐다고?
<꿈의 도시 꾸리찌바>와 <도시의 로빈후드>를 통해 사람 중심 도시, 지속가능한 세상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도시학자 박용남은 ‘범죄도시’의 어두운 이미지를 지워내기 위한 메데진의 30여년간의 노력을 되짚는다. “가장 가난한 지역에 가장 근사한 건축물을” 짓고, 메트로(전철)·트란비아(노면전차)·메트로케이블(케이블카)·메트로플러스(간선급행버스)·엔시클라(공공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도입해 끊어진 지역을 잇고 일자리 접근성을 높인 것이 저자가 본 변화의 핵심이다. 빈민가로 악명 높았던 산동네 산하비에르에 설치된 384m짜리 긴 에스컬레이터와 우범지대와 감옥에 지어진 ‘에스파냐 도서관 공원’ ‘페르난도 보테로 도서관 공원’은, 단순한 교통수단이나 랜드마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콜롬비아 건축가 지안카를로 마잔티의 말마따나 “가난한 공동체의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서 그들의 현실을 바꾼 것”이다.
공공기관 제출용 보고서처럼 느껴질 만한 디테일한 정보들로 책장 넘기는 속도가 느려질 때도 있지만, 불평등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시가 진 ‘사회적 부채’로 인식하고 도시 자체를 바꾸려고 했던 이곳에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